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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과학의 날인가

박희윤 (사회부 기자)제32회 「과학의 날」인 21일. 한쪽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행사가 열렸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학한국의 현주소를 개탄하는 과학기술노조원들의 집회가 열렸다. 정부는 이날 한국과학기술원 대강당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해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치렀다. 金대통령은 치사를 통해 『정부는 과학기술인에 대한 경제적 보상체계를 합리화하고, 과학기술인들의 미취업 및 실업문제해결을 위해 인턴연구원과 과학기술지원단제도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오전9시30분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무성의하고, 원칙없는 과학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실업대책 등 보다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주문했다. 파업에 참가한 한 연구원은 『과학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한번 참가한다고 해서 과학기술노동자들의 떠나간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인이라면 모두 즐거워해야 할 잔칫날에 굳이 파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1년동안 대덕과학단지내 연구소 소속 연구원 1,000여명이 「천직」이기를 포기하고 「생존」을 찾아 떠난 대목에서 잘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연구원생활을 청산하고 대학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연구원들. 그리고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을 떠날 것까지 과감히 고려하는 연구원들. 이런 암울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어찌 한국과학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과학의 날이 과학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축하받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신뢰받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과 과학인 사기진작 노력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들은 다시 떠났던 둥지로 돌아올 것이다/H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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