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의 원화 강세 기조가 국내 수출 기업 신용도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박(사진) 무디스 부사장은 1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지난해 평균보다 9%가량 절상돼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박 부사장은 "환 헤지를 통해 완충지대 장치를 마련한 삼성전자나 현대차, 대형 건설사의 경우 향후 6~12개월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환 헤지 비용도 결국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효과도 단기간에 그치는 만큼 추가 원화 절상은 기업들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화학·건설 부문은 엔화보다는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에 더 취약하고 철강 부문은 달러화보다 엔화 대비 원화 강세에 더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환율 변수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올해 국내 기업의 신용도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 부사장은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국내 자금시장 유동성도 풍부한 편인데다 민간기업들의 차입금 비율도 안정적"이라며 "현재 평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 중 84%에 대해 '안정적'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급격하게 등급을 강등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박 부사장은 다만 "현재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는 상향보다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더 많다"고 밝혔다. 현재 무디스가 '부정적' 또는 '하향조정 검토'를 부여한 국내 기업은 현대제철(Baa3 부정적), 이마트(Baa1 부정적), S-OIL(Baa2 부정적), SK E&S(Baa1 부정적), 매그나칩(B1 하향조정 검토) 등 5개사다. 박 부사장은 "이들 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재무적 완충력이 제한적이고 외부 충격 또는 공격적인 투자 이행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부사장은 최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위축이 유통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 너무 이르다"며 "삼성전자 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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