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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북한 리스크'에 출렁거리는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 2,000선이 깨지고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을 돌파하는 등 주식ㆍ채권ㆍ외환시장은 한때 '트리플 약세'를 보이며 시장 참여자들을 긴장시켰다. 시장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외국인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주는 충격이 단기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와 일본의 엔저 공세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코스피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2,20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3일째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기관이 3,91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외환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1,102원80전까지 올라 지난해 10월25일(장중 최고가 1,103원50전) 이후 4개월 반 만에 1,1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나오면서 다시 1,090원대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북한의 강성 기조에 따라 한번 뚫린 1,100원대 재진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외환시장 안팎의 전망이다.
북한의 도발은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딛고 있던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주식ㆍ채권시장의 수익성과 별개로 단순히 환차익만 노리고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투자 늘리기를 반복했던 외국인이 이번에는 아예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북한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단기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가파른 엔화 약세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탈 규모가 커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기업의 이익 전망치, 국내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국내 증시는 절반 수준으로 디스카운트돼 있는 상태"라며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1ㆍ4분기 기업이익이 엔화 약세 우려 수준보다 괜찮을 경우 투자심리가 급속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엔화가 주춤할 때만 해도 수출주 매수를 위해 투자를 늘리던 외국인이 엔화 약세가 다시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 일본중앙은행 총재에 시장이 실망하지 않는 한 적어도 다음달 초까지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고 이는 국내 기업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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