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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 먹구름에 올림픽열기 시들
입력2000-09-24 00:00:00
수정
2000.09.24 00:00:00
한영일 기자
국내경제 먹구름에 올림픽열기 시들『올림픽이요? 내 살기도 빠듯한데 뭐가 신이나서 올림픽 구경하겠습니까. 주가는 자고나면 매일 떨어지고, 기름값은 위태위태하고, 각종 공공요금은 계속 뛰기만 하는데 살 맛이 납니까. 정말 하루하루가 살기 힘들어요』
24일 휴일인 남대문상가 상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하릴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긴했지만 올림픽경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지금 시드니에선 새천년 첫 올림픽이 한창이지만 국내는 유가급등, 주가폭락 정치싸움 등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예전과 같은 올림픽을 열기를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때만 해도 직장에서 금메달에 대한 환호와 아쉬움으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식당이나 술집 등지에서도 경기를 보려는 사람들로 꽉 차곤 했는데 이번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서울 청평화시장에서 포목상을 김말순(45·)씨는 『예년에 비해 손님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상가상인들도 예전같으면 한국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자기 일처럼 박수를 치고 환호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인터넷업체에 다니는 김종우(34·서울시 성북구 장위동)씨는 『지난 올림픽땐 사무실에서나 술자리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 얘기로 왁자지껄 했는데 요즘에는 별로 이야기가 없다』며 『금메달을 따도 그때는 기쁘지만 곧 주식이나 경제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돌리곤 한다』고 털어놨다.
강모(42·서울시 광진구 중곡동)씨도 『주가가 바닥을 헤매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언론에선 시드니올림픽으로 시끄러운것 같은데 남의 일마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러한 현상은 TV시청률을 봐도 알 수 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의 경우 TV3사(MBC,KBS,SBS)의 시청률이 본방송과 재방송을 합쳐 37.9%를 나타내 지난 98년 애틀란타 42.4%와 94년 바르셀로나 52%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상숙 AC닐슨 홍보차장은 『개막식 시청률의 경우 개최지역과 우리나라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낮게 나타났으며 개별 경기의 경우도 인기·비인기 종목별로 편차가 상당히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올림픽이나 월드컵때 시내 호프집에서 모르는 사람과 한데 어우러져 「한국 이겨라!」를 외치던 「술집응원」도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내 종로거리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고모(52·종로구 창신동)씨는 『최근 영업이 시원찮아 올림픽때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빗나가고 말았다』며 『국내경기가 나쁘고 선수들 실적도 그다지 좋지않아서인지 예전같은 술집응원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철주 대한체육회 사무차장은 『예년에 비해 올림픽 열기가 다소 수그러든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올림픽 TV중계료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은 국내의 일시적 현상』이라며 『국민들이 최근 국내경제의 어려움과 평소에 미프로야구나 프로골프 등 스포츠볼거리가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친것 같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9/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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