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정치적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과 노조 창립 기념품 납품비리로 위기에 몰린 현대자동차 노조가 결국 극한 대립적 투쟁 방법을 선택했다. 현대차 노조의 울산공장 시무식 폭력 저지 사태는 노조 내부에서조차 예견하지 못했던 일로 궁지에 내몰린 노조 내 강성세력들이 현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저지른 극단적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계는 물론 현대차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의 폭력행사로 얼룩진 3일 오전의 현대차 시무식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오전9시 울산공장 내 문화회관에서 예정돼 있던 시무식장 주변에는 이미 오전8시께부터 강성노조원 40~50여명이 포진, 이날의 폭력사태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임을 직감케 했다. 이들 노조원은 오전8시40분께 행사장으로 입장하려던 김동진 부회장과 윤여철 사장 일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 윤 사장의 얼굴에 심한 찰과상을 입혔다. 노조원들은 또 윤 사장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시무식장 입장을 시도하자 윤 사장 일행에게 20여기의 소화기 분말을 뿌린 데 이어 김 부회장의 신년사가 시작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00여평의 강당 내부에 또다시 소화기 수십여대를 난사, 결국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현대차 노조의 이날 폭력 사태는 최근 기념품 납품비리로 지도부가 중도 퇴진하는데다 다음달 예정된 산별노조 지부장 선거를 앞둔 노조의 위기 타결책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초 위원장에 당선된 뒤 사실상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에 올인했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지난해 10월 산별노조 전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성공한 뒤에는 산별노조 지부장 선거에서의 당선을 목표로 지난해 사상 최다 파업투쟁을 이끄는 등 노조 투쟁력 강화에 전력을 쏟아왔던 게 사실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러나 현 집행부 핵심간부가 기념품 납품비리로 구속된 뒤 노조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박 위원장을 포함한 현 집행부가 중도퇴진하는 사태를 맞자 사측의 성과금 50% 삭감을 빌미로 또다시 대립적 노사관계 회귀를 통해 파업동력을 찾아나섰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이날 폭력시위와는 별도로 휴일특근ㆍ잔업 거부는 물론이고 파업에다 현대차 본사 상경투쟁까지 벌이겠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폭력적ㆍ대립적 노사관계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현 지도부의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등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사실상 폭력행위나 다름없다”며 “윤 사장 폭행 가담자 등을 포함, 노조 집행부에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