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해외 유동성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은행권의 단기차입은 30억달러에 육박하며 해외차입이 37억달러에 달했고 해외채권 발행도 49억달러에 이르렀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환율 하락, 자산 거품 심화, 통화정책 무력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은행권에 여러 차례 구두경고했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경상수지는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석달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올해 소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차입액은 37억3,06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단기외채 급증과 과잉유동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은행권의 단기차입 규모는 29억3,320만달러였다. 전달(12억달러)보다 2배 이상 급증하며 차입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 1~5월 누적액도 176억4,770만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단기외화차입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현물환과 선물환의 환율 차이와 내외 금리차 간의 격차로 인해 달러를 빌려 국내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면 가만히 앉아서 금리차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위험 금리 재정거래의 기회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삼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외국은행의 국내지점과 국내은행 모두 단기차입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이 국내보다 유리한 여건이 이어지면서 해외채권 발행도 왕성했다. 지난달 51억달러로 전달에 이어 50억달러를 넘어선 것. 이 가운데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발행한 해외채권액은 37억달러로 전달의 39억달러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액도 12억달러로 2004년 2월(14억달러)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그만큼 해외로부터 유동성이 유입됐다는 뜻이다. 정부의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내국인도 해외주식 투자에 열을 올렸다. 지난달 해외주식에 투자된 자금은 43억4,600만달러로 전월의 34억4,700만달러보다 9억달러가량 증가했다. 이는 2월 55억달러와 3월 46억달러에 이어 사상 세번째 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투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동성이 더 유입되면서 지난달 자본수지는 30억3,900만달러의 유입초(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지난달 경상수지는 9억2,47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된 데다 지난달 큰 폭의 적자를 보였던 소득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전체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1~5월 누적 경상수지는 28억21,56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규모 13억6,69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악화한 상태다. 지난달 상품수지는 수입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규모가 전달보다 8억1,000만달러 늘어난 23억2,46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 특허권 사용료 지급 등이 증가하면서 적자액이 지난달보다 9,000만달러 늘어난 14억8,32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이전수지는 적자액이 4월보다 1억8,000만달러 늘어난 3억7,830만달러를 나타냈다. 정 팀장은 “ 6월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20억달러 흑자 전망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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