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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성자’ 노이야르 방한
입력2003-12-08 00:00:00
수정
2003.12.08 00:00:00
최인철 기자
“적대감을 갖고 적을 대하면 적은 연료를 공급 받은 불과 같이 더욱더 타오르게 됩니다. 적을 존경하고 포용하면 대립과 갈등, 전쟁은 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도덕덕목만 지켜도 평화는 이루어집니다”
국내에서 `거지 성자`로 잘 알려져 있는 독일인 페터 노이야르(63)씨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1999년 `거지성자`란 책을 통해 자신을 국내처음 소개한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회장이 석가모니 시대 언어인 팔리어로 된 초기불교 경전 `맛지마 니까야(한역 중아함경에 해당)`를 한글로 완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주선으로 8일 오전 서울 조계사옆 산중다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이름밑에는 항상 `아나가리까`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팔리어로 `집없는 자`란 뜻으로 지금까지 23년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년 독일 라인란트팔츠에서 태어난 그는 기술학교에서 측량기술을 배운 뒤 해군에서 3년간 복무했으며 제지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다. 68년 전유럽을 휩쓴 학생혁명을 프랑스에서 체험했고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불교사원에서 살다가 80년 고향 독일로 돌아왔다. 전 회장과의 인연은 전 회장이 신군부의 폭력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하며 82년 독일 쾰른대학으로 유학을 오면서부터다. 당시 쾰른대학에서 “집없이, 돈없이, 여자없이” 숲속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대학도서관에서 초기 불교경전을 탐구하는 홈리스에 가까운 거지생활을 하던 그에 대해 전 회장은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등 첫눈에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한 두타행(頭陀行ㆍ고행의 삶)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술, 담배를 전혀 안 하는 것은 물론 거의 하루를 한끼 식사로 때운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책을 한 뒤 7시께 대학근처 슈퍼마켓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나 섞은 사과, 바나나 등을 얻어 끼니를 해결한다. 15년전 부터는 겨울에도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고 있다. 그러면 그는 왜 스스로 고행의 삶을 선택했을까.
불교에 심취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60년말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장의 한가운데서 주변의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적 사고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불교 근본원리를 배우게 됐다”고 털어 놨다. “불교는 실천적 측면에서 세밀하고 엄밀하고 정교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수행을 통해 일상생활속에서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놀라운 지혜와 영감을 얻게 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등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것도 개인적 차원에서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너무도 자명하고 당연한 기초적인 근본도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내가 약탈당하고 싶지 않듯이 남을 약탈해서는 안됩니다. 나의 가족이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듯이 다른 사람의 가족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그는 “몸속 벼룩도 잡으려고 애쓰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저절로 없어지게 된다”며 자신의 경험을 밝힌 뒤 포용의 삶을 강조했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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