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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절경에 배인 절절한 '애환'

평창 진부에서 「정선아라리」의 고향 정선으로 들어가는 33번 국도.차가 거북이 걸음을 거듭한다. 꾸불꾸불한 길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봄 경치에 눈이 팔려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봄 햇살을 받아 번쩍이는 절벽과 기묘한 바위, 벼랑 위에 피어난 진달래·벚꽃·개나리, 오대천을 따라 흐르는 봄 냇물…. 혹시 이번 주말에 정선을 찾는다면 경치에 눈이 팔려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강원도 동남쪽에 자리잡은 정선은 이웃의 영월·평창과 함께 「산다삼읍(山多三邑)」으로 불릴만큼 예부터 오지로 꼽힌다. 「대한민국의 산골이 강원도라면 강원도의 산골은 영월·정선·평창」이란 말도 있었다. 한때는 탄광 특수로 「전국의 돈이 몰린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호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적막감마저 감돈다. 최근 개통된 정선선 꼬마열차, 탄광촌 카지노 등이 그나마 다른 지역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을뿐이다. 해가 뜨지마자 떨어지는 산골. 그래서 『정선』을 되뇌이면 진한 쓸쓸함과 시름이 배어나온다. 햇살이 들지 않은 음지에는 겨우내 눈이 쌓인 눈이 이제서야 녹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정선 여행은 크게 3지역으로 나뉜다. 동강 상류 아우라지~구절리역~오장폭포~노추산 424번 지방도의 화암8경 등이다. 동강은 요즘들어 래프팅과 트래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곳. 차가 들어갈 수 없어 천천히 걷거나 보트를 타면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사시장철 님그리워 나는 못살겠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 아라리」 하면 떠오르는 게 북면 여량리의 아우라지. 나전리에서 좌회전하면 나타난다. 3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강의 1,000리 물길따라 소나무 등을 뗏목으로 엮어 서울로 운반하던 곳이다. 이별의 슬픔을 담은 아라리가사도 아우라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지 못한 처녀 총각의 애틋한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볼거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강 건너편을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는 전설 속의 처녀상 정도가 길손을 맞이할 뿐이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강 이쪽저쪽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예전에는 제법 바빴을 법한 나룻배는 강가 모래밭에 지친 몸을 눕힌 채 녹이 슬어가고 있다. 아우라지에서 8번 군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구절리역이 나타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오장폭포이다. 길이 120M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포인데 가파른 암벽을 타고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아직은 수량이 적은 편이지만 초여름이면 주위 철쭉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이 지역 여행은 철도청의 관광열차 상품을 이용해도 낭만적이다. 정선 5일장(2·7일장)이 들어서는 날에는 정선~구절리간 꼬마열차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한적한 시골 간이역의 정취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1칸짜리 기차를 타본다는 게 매력적이다. 오후 2시48분 정선역을 출발해 구절리역에서 15분간 머문 뒤 오후 4시40분에 정선으로 돌아온다. 귀경 열차는 정선역에서 오후5시30분에 출발해 청량리역에 오후 9시50분에 도착한다. 문의 정선역 (0398)563-7788 그러나 정선의 절경은 424번 지방도로의 15.3㎞의 구간에서 절정에 이른다. 「화암8경」이 잇달아 펼쳐지기 때문이다. 화암(畵岩)이란 말 그대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위들이 절벽을 이루고 그 옆으로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먼저 나타는 게 관람로 길이만 1,800M에 달하는 화암동굴. 일제시대 금을 캐던 천포광산과 천연 종유동굴을 개조해 만든 테마형 동굴이다. 조잡한 갱목과 사다리에 의지해 100여M의 수직 동굴을 오르내리던 광부들의 애환과 체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금광개발 과정을 캐릭터 인형으로 그대로 연출해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좋다. 유석폭포, 대석순, 대형석주와 석순, 석화(돌꽃) 등 천연동굴의 신비도 느낄 수 있다. 6월4일 개장 예정. 화암약수는 톡 쏘는 맛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화암8경의 하이라이트는 금강산을 방불케한다는 소금강. 사시사철 장관을 이루는데 봄이면 계곡 양편에 줄지어 핀 철쭉꽃이 장관이고,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이 탄성을 자아낸다. 또 거대한 거북 모양의 거북바위, 천상 선인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몰운대, 짙푸른 물의 용마소 등도 유명하다. 이 밖에 정선은 주목과 자작나무 등이 울창한 가리왕산, 자연휴양관과 솔밭야영장을 갖춘 가리왕산 휴양림, 기암괴석과 정상부의 운무가 절경인 노추산, 목문석(木紋石)과 칠보석(七寶石)을 가공해 판매하는 석공예단지 등이 유명하다. 문의 정선군 문화관광과 (0398)560-2365·7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4/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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