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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불안 우려 속에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채권시장의 강세 흐름이 주춤했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 하방 위험성 경고와 통화 정책에 대한 실망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그리스 구제금융지원을 위한 유로존의 정책공조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 속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 점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과 관련된 금융기관들은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자산 축소) 차원에서 이 달에만 1조원 이상 원화 채권을 꾸준히 매도했다. 다만 여타 아시아 지역이나 미국계 자금은 투자 를 지속되면서 전체적으로 외국인의 채권 보유 규모는 축소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아직까지 외국인 채권 매도에 따른 금리 급등 위험에 대한 평가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험을 참고하면 위기 초에는 고(高)환율과 금융기관의 자금 경색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 반영으로 고금리 확산에 대한 기대가 나타난다. 하지만 환율이 기대 이상 오르면 신용위험이 대외에서 대내로 전이되고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확대되며 시장금리 상승은 제한된다. 이러한 경험을 염두에 두면 완화적인 통화정책 전까지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제한될 개연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자금 지원을 위한 기본 재원인 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 안이 독일 등 유로 국가들 의회에서 정상적으로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금융안정을 위해 유동성 만기연장과 부실 은행의 채권매입,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추가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온전히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9월 무역수지와 8월 경기선행지수 등 지표들이 경기 둔화 쪽으로 기울어 있어 채권 분할 매수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듯 보인다. 일드 커브 측면에서는 4%대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는 등 근원물가가 오르고 있고 또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에 대한 부담이 여전한 만큼 금리 반등 시 커브 스티프닝(채권가격 하락, 유통금리 상승) 관점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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