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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업체들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가 4년만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는 여전채가 신용등급이 같은 회사채와의 수익률 차이(신용 스프레드)가 줄어들고 금융시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인정받는 데까지 4년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잔존만기가 유사할 경우, 신용등급이 같다고 하는 것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비슷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무위험채권인 국고채와의 신용 스프레드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부도같은 크레디트 이벤트가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이러한 균형은 깨지게 된다. 아직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지난 2003년의 카드채 유동성 위기가 바로 여전채와 회사채의 균형을 깨지게 만든 크레디트 이벤트였다. 사실 카드채 사태는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외형성장 정책에서 불거진 자산부실화로부터 출발했다. 이같은 자산부실화는 지난 2002년 하반기에 연체율 증가라는 이상징후로 나타나면서 여전채와 회사채의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고, 카드채 사태가 발생한 2003년 3월에는 신용 스프레드(신용등급 A+, 3년물 기준)가 1.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또 LG카드 부도위기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되었던 2004년에는 3.5%포인트 내외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신용 스프레드가 0.32%포인트까지 줄어들더니 10월에는 0.01%포인트까지 축소되면서 당당히 회사채와 균형을 이루게 됐다. 여전채 시장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로 거래가 일부 종목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올해 여전채의 거래(발행물 제외)를 살펴보면 현대캐피탈, LG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주요 4개사의 거래비중이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대상이 협소할 경우 지엽적인 충격에도 자칫 시장전체의 거래가 크게 위축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둘째는 월평균 거래량이 1조원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회사채에 비해 발행기관이 다양하지 않고 유통물량도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나 캐피탈사들이 다양한 만기의 보다 풍부한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면 여전채 시장이 보다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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