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과표를 상향 조정하면 그에 따른 감세혜택은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현행 소득세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모두 종합소득으로 간주해 동일한 과표구간 체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각 연간 4,700만원(과표 기준)씩 버는 자영업자와 직장인이 있다면 이들은 종합소득 4,700만원씩을 번 것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과표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구간에 매겨지는 24%의 세율을 똑같이 적용 받게 된다. 만약 해당 과표구간이 상향 조정돼 '4,600만원 초과'였던 구간 하한선이 '5,000만원 초과'로 바뀔 경우 이들은 기존의 바로 아래 과표구간으로 분류돼 당초보다 낮은 15%의 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 소득형태에 관계 없이 동일한 감세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로소득자는 소득공제 축소로 세부담이 늘기 때문에 이와 동시에 과표 상향조정 조치를 받더라도 감세효과를 크게 누리기 어렵게 된다.
반면 사업소득자는 애초에 근로소득공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해당 공제를 정부가 축소해도 새삼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자칫 사업자는 감세혜택만 누리고 증세 부담은 근로자가 떠안게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과거에는 사업자의 소득세 탈루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근로소득공제율을 더 줄여도 형평성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근로소득공제 제도는 자영업자 등은 실제 소득보다 낮게 신고하거나 아예 숨기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는 근로자의 불만을 달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 들어 불과 몇 천원, 몇 만원 단위의 소액결제에까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추세가 소비자들 사이에 보편화되면서 과거에는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사업자 소득 포착률이 이제는 근로자의 80% 선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자영업자 탈세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해 '가계동향 조사와 국세 통계연보 비교를 통한 사업소득세 탈루규모의 추정 연구' 보고서를 통해 "(사업소득자들의) 소득신고율은 중간소득층 구간에서는 80%대 초ㆍ중반, 그 이상에서는 70%대 수준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소득세 과표조정과 일부 공제항목 축소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 세수 중립성을 맞춰야 하는 재정부로서는 이 같은 형평성 문제를 풀어야 향후 입법과정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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