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를 조달해 원화 자산에 투자할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보여주는 '유로·원 캐리트레이드' 지수가 14년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화끈한 양적완화 조치로 유로화 조달 비용이 저렴해진 반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2%로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막대한 경상흑자·외환보유액으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원 캐리트레이드지수는 지난달 30일 현재 139.74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달 23일 144.49로 지난 2000년 12월13일(144.4937) 이후 14년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유로화 자금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해 실시간으로 공표한다.
수치가 높아진 이유는 최근 결정된 ECB의 양적완화로 유럽과 한국의 금리차이가 더 확대됐기 때문. ECB가 각국 국채를 매월 600억유로씩 매입한다고 발표하자 시중금리는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우리 기준금리는 2%로 변동이 없다. 외국인투자가 입장에서는 원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이지 않아야 환차손을 보지 않는데 우리는 안정적인 외화안전망으로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도 낮다. 국내 금융시장에 엔화에 이어 유로화도 몰려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일본은행(BOJ)이 깜짝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 후 '엔·원 캐리트레이드지수'는 지난달 26일 199.47까지 올라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한국 주식 최대 순매수국은 일본(2,000억원)이 차지했다.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유입은 양날의 칼이다. 지금같이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시점에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면 시장 혼란기에는 돈이 일거에 빠져나가 더욱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결국 엔과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캐리트레이드 자금은 투기 성격이 짙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일 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