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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제살리기 시민들이 나섰다(부산지역경제 현지르포)
입력1997-07-02 00:00:00
수정
1997.07.02 00:00:00
박동석 기자
◎“이대론 공멸” 시민들 팔걷었다/16개 시민단체 부산경제 회생 동참/향토기업 대명사 「태화」 살리기 나서부산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다. 지표상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는 부산경제는 중앙집중식 경제구조가 갖는 폐단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경제신문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어선 부산시민들의 시민운동과 지역경제실태, 불황에 대처하는 향토중소기업들의 노력을 4회에 걸쳐 르포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우리 지역 기업의 상품을 애용합시다」 「우리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섭시다」 「부산 경제살리기는 태화백화점 살리기부터」
지난달 20일 하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은행 본점과 서면 태화백화점에 이르는 거리에서는 이색 가두행진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운동본부(대표 이종균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이사, 재해병원 원장) 소속 2백여명의 시민들이 피켓과 어깨띠를 두르고 가두행진을 하며 부산경제를 살리자는 시민동참 호소문을 배포하고 있던 중이었다.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운동본부는 부산 경실련과 한국소비자연맹 부산지부등 13개 시민단체가 모여 설립된 순수 시민운동단체. 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상오 발족식을 갖고 시민참여를 촉구하는 전단배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돌입했다.
시민운동본부는 같은 달 25일부터 태화백화점(대표 김정태)의 법정관리신청 수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이달 1일까지 4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 26일에는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경제살리기 실천방안을 발표했으며 같은 날 하오에는 태화백화점의 주거래은행인 동남, 부산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법정관리에 동의해 줄 것을 설득했다. 태화백화점 부도(6월17일)를 계기로 부산시민들의 경제살리기 운동은 열화와 같이 번지고 있다.
이종균 시민운동본부 대표는 『태화백화점이 경영에 실패해 부도를 낸 사실은 인정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부산 시민들이 태화백화점의 회생을 기대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태화백화점에 입점한 5백여개 업체는 물론이고 2천여개에 달하는 2천여 향토기업들이 연쇄도산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보사태 및 향토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홍역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태화부도를 방치할 경우 부산경제가 회생의 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들의 향토기업살리기 열의는 지난달 20일 영업을 재개한 태화의 매출에서 잘 나타난다. 태화는 부도전 하루평균 1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을 재개한 후 하루평균 4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평소보다 2배이상이 많은 실적이다.
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하는 단체수도 발족당시 13개단체에서 현재 16개 단체로 늘어났다.
김정태 태화백화점 회장도 은행측이 요구한다면 회사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현재로선 태화의 회생이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운동은 올들어 지역 건설업체,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로 쓰러지는 가운데 중견 향토기업인 태화마저 무너져 부산경제가 헤어나기 힘든 수렁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올들어서만 유나백화점, 화인유통, 무궁화유통, 태화백화점 등이 줄줄이 쓰러져 부산지역 유통업계가 휘청거리고 있으며, 부산의 각종 경제지표는 대부분 전국 최악으로 나타나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경제의 각종지표를 전국경제 지표와 대비해 펴낸 「부산경제의 현황과 과제」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말 현재 전국인구비중이 8.7%에 달하는 부산경제의 각종지표 전국비중은 지역총생산의 경우 6.8%, 수출실적 4.8%, 제조업부가가치 4.9%, 예금은행 대출금 7.3%, 어음교환액 3.4%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3천3백만원으로 전국평균의 62%에 지나지 않았고 업체당 부가가치는 8억7백만원으로 전국평균의 49% 수준에 불과해 제조업의 부가가치 영세성이 심각한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은 공동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올들어 중견 건설업체 5개가 잇따라 무너졌습니다. 신발업체인 세원은 이달부터 특수화라인 1개만 남겨놓고 모든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겼어요. 또 대신교역, 삼양통상등도 곧 부산지역에서 문을 닫을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박수복 대륙금속 사장의 설명이다.
부산을 대표하던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영향으로 대부분의 지역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상태다. 9천여개에 달하는 부산지역 기업중 종업원 3백명미만의 중소기업이 98.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전국 1천대기업중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은 49개사에 불과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부도행렬. 부산지역의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0.44%로 전국 평균 0.17%보다 2배이상 높게 높게 나타났다. 요즘들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광역시는 이런 위기상황에 대응, 지난 3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64개 기관단체가 참여한 「부산경제살리기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지역경제활성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동환 부산경실련 사무국장은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운동은 부산지역에 한정될 수만은 없다』고 말하고 『이젠 전국의 시민들이 우리 경제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이 공동체구성원으로서 경제주체로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부산=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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