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는 창간 6주년 특별기획으로 미국 포춘의 ‘40 언더 40’를 국내 기업에 적용한 ‘한국판 40 언더40’를 최초로 공개한다. 다만 선정 후보군은 국내 상장기업 등기임원으로 한정했다. 젊은 비즈니스맨 중에서 일찌감치 영향력이 있는 직위에 오른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포춘코리아는 재벌닷컴에 의뢰해 조사의 기본이 되는 원천자료를 제공받았다. 이제 '한국판 40 언더 40’의 첫 장을 열기로 한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포춘코리아는 막상 한국판 ‘40 언더 40’ 기획을 결정한 다음에도 여러 가지 고민과 궁금증이 많았다. 조사, 평가, 선정 방법론이 합리적이고 타당해야 한다는 점이 대전제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국내 상장기업에 근무하는 만 40세 이하의 등기임원을 추려내는 일이었다. 만약 재벌닷컴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번 기획 시도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워낙 조사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기업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을 합쳐 1900여개에 이른다. 등기임원 수는 1만명을 훌쩍 넘는다. 일일이 사업 보고서를 뒤진다고 한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프로젝트다. 이 지면을 통해 재벌닷컴에 감사를 표한다.
재벌닷컴이 2014년 3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 등기임원 중에 만 40세 이하의 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 그 수는 200명을 조금 웃돌았다. 동일인이 여러 기업에 등기임원으로 근무하는 경우를 중복 계산한 수치다. 당초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역시 40세 이하 젊은이들이 상장기업 경영진에 합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포춘코리아는 우선 전체 후보 200여명을 자수성가형과 승계형의 두 가지로 구분하기로 했다. 두 가지 유형에서 각각 20명씩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자수성가형에는 스스로 창업해 경영을 하고 있거나 본인의 실력으로 고속 승진한 케이스가 포함된다. 대다수가 중소, 벤처기업 임원들이었다. 승계형은 사실상 기업 오너의 자녀 혹은 일가친척이 100%라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역시 자수성가형 등기임원은 소수였다. 20명을 약간 웃돌았다. 그중 취재 과정에서 퇴사 등 사유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경우를 추려낸 결과, 딱 20명이 남았다.
자수성가형 등기임원 중에는 꽤 유명한 인물들이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게임 ‘애니팡’으로 대박을 터뜨린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 등 공동 창업자 3인이나 역시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일찌감치 강자로 이름을 떨쳐온 송병준 게임빌 대표 등이 그런사례다.
또 스마트폰 혁명의 수혜를 입은 터치 솔루션 전문업체 멜파스의 민동진 대표, 지난 2006년 톱스타 배용준과 의기투합해 연예기획사를 차린 배성웅 키이스트 대표도 눈길을 끌었다.창업자 겸 경영자는 아니지만 본인의 실력으로 일찌감치 경영진에 합류한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닭고기 전문업체 마니커의 최상웅 이사는 계육 영업 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경력 입사 1년 만에 등기임원이 됐다. 헬스케어 기기 전문업체 인바디의 류경호 부사장과 이라미 부사장도 젊은 능력자로 눈길을 끌었다.
자수성가형과 달리 승계형은 약 18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어떤 기준으로 걸러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여러 논의와 검토 끝에 2011~2013년에 걸친 3개 회계연도의 성장성과 수익성, 그리고 2013년 매출액 규모(1,000억원을 하한선으로 삼음)를 1차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기준을 세운 이유는 승계형 등기임원의 경우 오너와 혈연으로 맺어졌기 때문에 소속 기업과 운명을 상당 부분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수 년간 지속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의 등기임원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기준 매출액 1,000억원 이하 기업의 등기임원들을 1차로 탈락시킨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업을 외형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외형 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어쨌든 매출 규모가 클수록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매출액 기준 점수에는 2배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매출액 1000억~3000억원 기업은 2점, 3000억~5000억원 기업은 4점을 부여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매출액 1000억~3000억원 기업과 9000억원 이상 기업은 8점의 차이가 나게 된다. 매출액이 클수록 3개 평가항목 합산 점수에서 유리한 것이다.
다만 최근 3개 회계연도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과 평균 영업이익(3년간 한번이라도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의 경우 영업이익 증가율을 따지는 것이 까다로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정함)에 대해서는 일정한 구간을 정해 각각 1점씩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가령 평균 매출액 증가율 5~10% 기업은 1점, 10~15% 기업은 2점을 부여했다는 뜻이다. 평균 영업이익은 3~5% 1점, 5~7% 2점, 7~9% 3점 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3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2%로 나타났다. 또 제조업만 따로 떼내면 평균 영업이익률이 3.3%였다. 또 비제조업은 5.5%였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 산업 평균 언저리에 해당하는 3~5%를 하한선으로 삼았다. 평균 매출액 증가율과 평균 영업이익이 포춘코리아가 설정한 구간 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0점을 부여했다.
아울러 횡령이나 배임 등 법적, 도덕적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은 자동 탈락시켰다. 아쉬운 점은 업무 중요도와 업적 등 정성 평가를 위해 후보 기업들에게 질문지를 배포했으나 공정한 평가를 하기에는 답변이 너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포춘코리아 나름대로 고민과 연구를 한 끝에 만든 커트라인 안에 들어온 20명의 승계형 등기임원 중에는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성그룹 등 대기업 오너 경영자의 자녀를 비롯해 영원무역, 아이에스동서 등 유명 중견기업의 오너 자녀들이 눈에 띄었다. 자세한 면면은 뒷장을 넘기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포춘코리아의 당초 계획은 어떤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전체 40명에 대해 순위를 매기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여러 차례 필터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40 언더 40’의 랭킹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직 한창 때인 젊은 인재들을 하나의 틀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고, 어쨌든 40세가 안 되는 나이에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평가할 만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포춘코리아 창간 6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한국판 ‘40 언더 40’의 첫 작품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향후에는 좀더 엄밀하고 공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즌2’를 선보일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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