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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의 도전

4:33의 상큼한 반란, 게임시장에 돌풍 일으키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는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였다. 모바일 전문 게임사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업체는 바로 이름도 생소한 네시삼십삼분(이하 4:33)이었다. 포춘코리아가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화려한 비상을 준비 중인 요즘 가장 핫한 게임업체 4:33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해 11월 19일, 게임업계의 시선은 한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 쏠렸다. 과연 어떤 작품이 영예의 대상을 수상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상식 막바지에 접어들자 드디어 대상인 대통령상 수상작 이름이 호명됐다. 시상식장에는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잠시 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단순히 대상 수상을 축하하는 박수가 아니었다. 국내 게임업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강자의 탄생을 반기는 순간이었다.

2014년 최고 게임의 산실은 4:33

대상 수상작은 바로 모바일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업체 4:33의 ‘블레이드 포 카카오(이하 블레이드)’였다. 모바일 게임으론 게임대상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상 수상이었다.

블레이드가 걸어온 길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다. 출시 5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6주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누적 매출에서도 지난해 11월 기준, 900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가운데 단일 시장 매출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실 블레이드가 처음 출시된 2014년 상반기만 해도 업계에선 이게임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스타 개발진의 참여와 이에 걸맞은 퀄리티도 확실한 성공요건이 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트렌드는 여전히 가벼운 느낌의 퍼즐, 레이싱, 소셜네트워킹게임(SNG)분야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압도적인 스케일로 무장한 RPG게임은 온라인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었다. 그동안 출시됐던 모바일 대형 RPG 장르 게임은 반짝인기를 누린 후 순위권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블레이드는 달랐다. 출시 이후 50일이 넘도록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를 지켰고, 글로벌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블레이드는 국내 서비스만으로 글로벌 매출순위 톱 10에든 유일한 하드코어 RPG게임이란 점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때부터 국내 게임업계에서 4:33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회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4:33의 저력은 한순간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창업 5년 만에 중소 모바일 게임사에서 일약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 수상작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기까지는 모바일 게임, 나아가 국내 게임시장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4:33의 비장의 무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교수에서 스타 CEO로…권준모 의장의 변신

지난해 게임업계 최고 ‘스타 CEO’를 꼽아보자. 김정주 넥슨 창업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다양한 인물들을 후보군으로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단연코 이 사람을 지목한다. 바로 4:33의 창업자이자 현 4:33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권준모(51) 의장이다. ‘고정관념을 깨야 성공한다’고 강조해온 권 의장은 스스로 게임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며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4:33의 시작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준모 의장은 게임과는 거리가 먼 심리학 교수 출신이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심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귀국 후에는 2005년까지 약 10여년 간 경희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학계에 몸담았던 권 의장은 지난 1999년 6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처음 게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1년 교내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영문학과 학생이었던 소태환 현 4:33 공동대표를 만났다. 권 의장은 소 대표가 만든 게임을 접한 뒤 게임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소 대표에게 창업을 제안했다. 그리고 게임동아리 지원으로 시작된 권 의장의 도전은 2001년 9월 모바일게임 업체 ‘엔텔리전트’의 창업으로 작은결실을 거뒀다. 당시 권 의장의 나이는 37세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그는 가능성 하나만 믿고 교수라는 안정된 직업을 포기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심리학 교수 출신 CEO가 이끄는 벤처기업에 호기심을 보이기시작했다.

교수와 학생의 동업이라는 신선한 시도는 예상을 뛰어넘은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이듬해인 2002년 3월 선보인 액션게임 ‘대두신권’과 2003년 말 출시한 말타기 놀이 게임 ‘배틀 말뚝박기’로 2년 연속 대한민국 게임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2004년 출시한 ‘삼국지 무한대전’이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기록하며 엔텔리전트란 이름을 업계에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성공을 발판으로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대형 투자유치에 성공한 엔텔리젼트는 2005년 5월 글로벌 온라인 게임 업체 넥슨에 매각됐다. 이후 권 의장은 넥슨 모바일과넥슨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넥슨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넥슨모바일 대표 시절, 온라인게임 원작인 ‘메이플스토리’를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시키며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넥슨은 이러한 권 의장의 경영전략에 힘입어 2000년대 말을 기점으로 거대 게임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권 의장은 2007년부터 2009년 2월까지 한국게임산업협회(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권 의장은 2008년 게임협회장직에 집중하고자 넥슨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권 의장이 넥슨을 떠나자 함께 일해 온 소태환 공동대표 역시 넥슨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소 대표는 말한다. “당시 양귀성 현 4:33 공동대표와 함께 미국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아이폰을 접했죠.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모바일 게임 시장도 변화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더군요. 귀국하자마자 권 의장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함께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소 대표는 즉시 권 의장에게 연락해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은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했다. 마침 권 의장도 게임협회장직에서 물러나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권 의장과 소 대표, 그리고 엔텔리전트 핵심인력 10여 명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2009년 7월 4:33을 창업했다. 이때는 국내에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며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2009년 11월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4:33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 게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우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물론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도 조금씩 시도해나갔다. 위치정보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크릿박스’와 생활 앱 ‘할인의 달인’ 등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할인의 달인’은 2010년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에서 으뜸앱 상을 받기도 했다.

4:33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게임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출시한 모바일 대전게임 ‘활’에서부터였다. 이 게임은 출시 석 달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며 4:33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이후 4:33은 ‘회색도시’, ‘수호지’, ‘블레이드’, ‘영웅’ 등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모바일게임시장을 뒤흔드는 가장 핫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고정 관념을 깨라

4:33의 성공 요인을 수많은 흥행작 포트폴리오로 국한할 수는 없다. 업계에선 고정관념을 깬 4:33의 성장 전략이 성공을 이끈 열쇠라고 평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4:33은 게임 개발사라기보단 퍼블리싱 기업(개발된 게임을 시장에 유통시키는 역할을 한다)으로 보는 게 맞다. 내부 인력 구성만 봐도 퍼블리싱 기업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현재 4:33의 자체 개발인력은 70명 수준이다. 반면 퍼블리싱과 해외사업인력은 이보다 30여 명 많은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4:33은 한 단계 더 진보된 퍼블리싱을 추구하고 있다. 바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에 기반을 둔 퍼블리싱 전략이 그것이다.

예전에도 게임업계에는 컬래버레이션 전략이 종종 있어 왔다. 하지만 방법은 지극히 단순했다. A 게임 유저에게 ‘B 게임을 하시면 아이템을 드려요’라고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전략으로 A와 B 게임은 각 각 게임 사용자를 끌어들여 유저 증가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려왔다. 하지만 4:33은 컬래버레이션을 퍼블리싱의 또 다른 방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대표 사례로 디지털매거진 ‘월간 윤종신’과 가나인사아트센터의 컬래버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 4:33의 게임 ‘회색도시2’와 진행된 당시 컬래버레이션은 미술가들이 ‘회색도시2’와 관련된 컬래버 회화 및 포스터 작품을 제작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월간 윤종신’을 통해 게임 유저와 음악 마니아가 만나는 이벤트를 진행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기도 했다.

또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 백승훈 썸에이지 대표와 함께 선보인 ‘블레이드’와 ‘영웅’도 1세대 온라인게임 개발 명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이란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기존의 분업 중심 퍼블리싱이 아닌, ‘신뢰와 상생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4:33만의 핵심 전략의 결과물이었다.

이 같은 전략에는 신뢰가 없는 개발사와의 파트너십은 오래갈 수 없다는 권 의장의 경영 지론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액션스퀘어의 경우, 초기 창업부터 게임 개발까지 4:33과 권준모 의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케이스였다. 권 의장은 김 대표와 백 대표를 자주 찾아가 게임 개발 당시부터 출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소태환 공동대표는 말한다. “매주 개발사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낸 과일만 해도 18종류 800박스에 이르죠. 게임 출시 이후에도 게임 하나당 평균 13억 원을 홍보마케팅에 사용했어요. 이처럼 개발에서부터 출시 이후까지 개발사와의 상생 협력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소 대표는 “4:33은 잘 만든 게임보다 잘 맞는 게임을 선호한다”며 “거장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진정한 상생 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다

현재 4:33은 글로벌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시장 진출은 4:33에게 단순한 해외진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장을 앞두고 있어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4:33이 발표한 대규모 프로젝트 ‘10×10×10’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글로벌시장 진출이 시급하다. 4:33의 ‘10×10×10’ 프로젝트는 ‘10개 게임을 10개 국가에서 성공시켜, 10개 개발사를 상장시킨다’는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중장기 성장전략이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4:33는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거대 인터넷 콘텐츠 업체인 텐센트와 라인으로부터 1,200억 원대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특히 텐센트와는 ‘블레이드’의 중국 퍼블리싱 계약까지 체결해 중국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무엇보다 4:33의 전망을 밝게 보는 근거는 4:33이 가지고 있는 기업 철학이다. 대형 기업으로 발돋움한 대다수 게임업체는 유망 개발사의 인수합병을 포함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세를 키워왔지만, 4:33은 게임업체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게임들을 ‘재미’라는 근본적 요소 하나만으로 성공반열에 올린 4:33의 성과 역시 이러한 전략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증권업계와 게임업계에선 4:33이 상장될 경우, 기업가치가 약 1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4:33의 미래를 단순히 1조 원이라는 금액만으로 평가하는건 온당치 않다. 그보다 더 큰 재미와 콘텐츠로 무장한 4:33의 미래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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