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택자 뺀 DSR 강화도 검토 대상에…"정밀 공급·세제개편 없인 집값 못잡아"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6.01.14 18:02:38은행권에서는 ‘올해 가계대출로 돈을 벌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당국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각종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다음 달 대책 발표를 가정하고 DSR 비율 하향과 대상 확대 등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은행 기준으로 40%로 설정하고 있는 DSR 비율을 내리는 안이 언급된다. 지난해에도 DSR 비율을 40%에서 35%로 낮추는 안이 금융 당국 안팎에서 거론된 바 있다. 현재는 차주의 연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이 4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더 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책대출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전세대출 규제 역시 일부 강화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다만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무주택자 전세 대출처럼 실수요자를 억누를 수 있는 규제는 여러 가지 측면을 동시에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자본 건전성 규제를 추가로 강화할지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부터 기존 15%에서 20%로 올라간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하한을 25%로 추가로 높이는 안이 대표적이다. RWA가 증가하면 같은 액수의 주담대를 집행한다고 해도 각 은행권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추가로 악화되는 효과가 있다. 주담대에 자본 규제상 페널티를 줘 부동산 대출을 억누르겠다는 의미다.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이나 부문별 시스템리스크완충자본 규제를 도입하는 안도 함께 언급된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경우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에 상응하는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을 대출 금액에 따라서도 0.05~0.3% 차등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보면서 각각의 효과성을 파악하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금융 당국은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담대 한도를 2억~6억 원으로 묶었고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했는데 여기에 추가적인 가계부채 관리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세제·공급 대책보다 금융정책을 토대로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기조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며 “정밀한 공급대책과 세제 없인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문제는 금융 부문에서 가계대출 억제책이 약발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935조 원으로 1개월 전보다 7000억 원 줄어들었다. 2023년 2월 3000억 원이 감소한 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은 연간 37조 6000억 원 늘어 전년(41조 6000억 원)에 비해 증가 폭을 줄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9월 말 89.3%에서 12월 말 89.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서울을 중심으로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 81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8.5%나 올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책에도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이 커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초임계 CO2, 발전소 크기 ⅕로…빅테크發 미니원전 시대 발맞춤
산업 IT 2026.01.14 18:00:00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500㎾(킬로와트)급 발전장치 개발에 이어 새해 수㎿(메가와트·1000㎾)급 확장을 위한 신규 연구개발(R&D) 과제에 착수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전력난에 대응해 글로벌 빅테크 주도로 차세대 원전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만큼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도 핵심 기술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원자력연은 올해부터 5년 간 초임계 이산화탄소 재압축기 개발 연구를 진행한다. 발전 성능을 현재 500㎾(킬로와트)에서 수㎿(메가와트·1000㎾)로 늘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3년 내 재압축기를 개발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물질은 일반적으로 고체·액체·기체의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하지만 임계점이라고 부르는 특정 온도와 압력을 넘으면 초임계라는 제4의 상태가 된다. 액체처럼 밀도가 높은 동시에 기체처럼 점성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성질을 가진다. 이산화탄소는 31℃, 74기압의 임계점을 넘으면 초임계 상태가 된다.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이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이다. 기존 증기 발전은 연료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자석 터빈을 돌려 전기를 일으키는 과정이다. 자기(磁氣)의 변화가 전기를 생성하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열을 터빈을 돌리는 동력으로, 다시 전기로 바꾸는 매개 물질이 증기인 셈이다. 이때 기체 상태인 증기를 압축기에서 고압으로 압축해야만 무거운 터빈을 원활히 돌릴 수 있다. 압축에도 에너지가 들고 이는 전체 발전 효율을 낮춘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이미 액체처럼 고밀도로 뭉쳐있기 때문에 압축에 드는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증기보다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비결이다. 그러면서도 액체의 끈끈한 성질인 점성이 기체 수준으로 낮은 덕에 배관을 흐르는 과정에서 마찰로 인한 에너지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물 역시 초임계 상태로 만들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가 부식성과 독성이 더 낮은 데다 비교적 저온에서 다룰 수 있어 증기를 대신할 매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차재은 원자력연 원자로계통안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특히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기존 증기 발전 시스템보다 규모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낮아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소듐냉각고속로(SFR)에 적용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적은 300㎿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대신 크기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원자로다. 이 같은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동력변환계통인 증기 발전 시스템도 함께 소형화해야 하고 초임계 이산화탄소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전소는 원자력이나 화력으로 열을 공급하는 열원과 터빈을 돌려 열을 전기로 바꾸는 동력변환계통으로 구성된다. SFR은 물 대신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원자력 발전에는 핵분열 중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냉각재가 필수인데 소듐을 적용하면 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소듐은 물과 만나면 격렬하게 화학 반응해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는 게 관건이다. 이산화탄소는 물(증기)보다 반응성이 낮아 이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원자력연도 2005년 SFR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와 협력을 맺은 게 초임계 이산화탄소 연구의 시초였다. SMR과 SFR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향후 3년 간 AI 데이터센터 전력으로 44GW(기가와트)가 필요하지만 예정된 공급은 25GW에 그치면서 기업들이 직접 원전을 확보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메타는 이달 9일(현지 시간) 테라파워·오클로·비스트라 등 관련 기업 3곳과 총 6.6GW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앞서 엑스에너지에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투자했고 구글도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카이로스파워와 SMR을 건설 중이다. 국내에서도 SMR 규제기준과 특별법 마련이 추진 중이다. -
[시론] 코리아 피크 극복, 펀더멘털 강화가 답이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6.01.14 17:58:41역사 이래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이만큼 높아졌던 때는 일찍이 없었다. 이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병오년 신년사에서 ‘성장’을 41번 외쳤다. 성장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해 9일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8%보다 높은 2.0%로 제시하고 ‘경제 대도약의 원년’을 선언했다. 이만큼의 성장이 저절로 찾아올 수는 없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운용과 금융 수단을 총동원해 정부 총지출을 전년 대비 8.1% 대폭 확대하고, 원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원화 국제화를 가속화하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피크’를 지나 주변국으로 밀려날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한국호는 이제 내리막의 시작점에 있다는 불안이 그것이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주저하고 개인들은 고수익을 쫒아 미국 시장에 투자하며 2030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 취업률은 국가 위기 수준이다. 세대·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는 커져만 가고 국민은 불안하다. 정부는 슈퍼 재정으로 경제 대도약을 뒷받침한다고 공언한다. 현 정부 들어 월 32조 원(2025년 6~10월 M2 평균)가 풀려 통화량 증가는 이미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M2는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뜻한다. 돈이 풀려도 유통 속도, 금융시장 구조, 수요 회복 정도 등에 따라 인플레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진 화폐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물가가 오르게 된다는 것은 상식처럼 통용된다. 봉급 생활자의 구매력이 떨어져 민생은 팍팍해지는 반면 부동산이나 금 등 실물자산의 가격은 올라 청년은 점점 더 집을 사기 어려워지고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세 차례 고강도 규제에다 공급 절벽으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8.71% 올라 문재인 정부 상승 폭(2018년 6.73%)을 넘어섰다. 이는 과거 수없이 되풀이돼 온 양극화가 심화하는 방식이다. 환율 역시 문제다. 정부의 고강도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1470원에 육박했다. 서울경제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70%가 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을 경우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개인과 연기금 등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받은 배당과 이자 등이 포함되는 투자소득수지는 지난해 1~11월 누적 294억68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잡히지 않는 것은 국내 유동성의 폭발적 증가와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 확대가 원인일 수 있다. 올 들어 고작 6거래일 만에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규모는 19억 4200만 달러(약 2조 83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환류하기보다 해외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주식 투자자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관건은 경제 하부 구조, 즉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 그리고 심리적 요인이다. 계약법 원리와 상식조차 벗어나는 상법과 노동법 개정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입법이었다.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2% 수준인데,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7년째 38개국 중 30위 권에 맴돌고 있다. 반기업적인 법률과 규제들이 기업에게 치명적 독약을 먹인 것으로, 적극 재정과 금융 수단만으로 해독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 주식 투자자와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 그 외에 쉬운 방법이란 없다. -
‘PBR 1배 미만’에 갇힌 금융주
증권 증권일반 2026.01.14 17:54:11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 뚜렷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주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코스피 지수는 9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과거 평균과 비교해도 낮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벗어나지 못하며 증시 내 ‘디스카운트 업종’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금융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KB금융(105560) 0.83배, 신한지주(055550) 0.71배, 하나금융지주(086790) 0.63배, 우리금융지주(316140) 0.61배로 집계됐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의 PBR 1.51배와 비교하면 밸류에이션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특히 코스피200 금융의 경우 PBR 0.75배로 철강·소재 업종에 이어 코스피200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은행업종이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만큼 금리·대출·자본 규제 등 정책 변수에 따라 이익 활용에 제약이 많아, 실적 개선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이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주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 비중이 높은 반면, 증권주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증시 활황 국면에서 거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KB금융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70%를 넘는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10%대 초반에 그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은행주의 중장기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은행의 경우 총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 소각)과 밸류에이션 간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면서 “총주주환원율을 기준으로 아시아 은행권과 비교할 경우 약 40%의 상승 여력이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총주주환원율이 유사한 일본·중국 은행과 비교하면 KB금융은 일본 미즈호, 기업은행은 중국은행 대비 평균 40%가량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
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 "빛과 소리로 가득한 성당…상처 받은 이들에 위안의 공간 되길" [이 사람]
문화·스포츠 문화 2026.01.14 17:48:16남양성모성지를 찾는 이들은 세 번 놀란다. 경기도 화성시 한켠 한적한 녹지에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설계로 들어선 대성당의 자태에 한 번 놀라고 전문 공연장이 아닌 종교 시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의 질에 두 번 놀란다. 추가로 건축 예정인 여러 시설을 설계하고 있는 건축가들의 면면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인다.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빚어내는 위로와 문화의 공간을 아시아 국가의 한 소도시에서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비현실적일 정도다. 약 10만 평에 달하는 이 땅에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 이는 이상각 프란치스코 남양성모성지 전담 신부다. 지난 37년간 성지 조성에만 매달려온 그는 이 과정을 두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태복음 7장 7절)”라는 구절처럼 구하고, 찾고, 두드린 사람이 바로 이 신부였다. 긴 여정의 출발은 1989년 8월 이 신부가 남양 본당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화성 남양은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곳으로 한국 천주교 박해사에서도 가장 참혹한 사건의 현장 가운데 하나다. 선교사나 사제가 아닌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순교자들이 죽음을 맞은 이곳은 오랫동안 기억 밖에 머물러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천주교 수원교구가 이 지역을 성지로 조성하는 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그 일을 젊은 이 신부가 맡았다. 오후 9시만 넘으면 불빛 하나, 인기척 하나 없던 곳에서 그는 변변한 관사도 없이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사목과 성지 조성을 시작했다. 1991년 한국천주교는 이곳을 동정 마리아 축일에 성모 마리아께 봉헌하면서 성모성지로 선포했으나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운 일 투성이였다. “처음에는 나무를 심고, 길을 내고, 신자들의 후원으로 조금씩 땅을 사들이는 일을 반복했어요.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직접 삽을 들고 나무를 구해 옮겨 심기도 했죠. 토지를 확보하고 터를 닦아가는 과정에서 인근 지주들과 마찰이 생겨 경찰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는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도시계획지구 내 종교 시설은 3000평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 때문에 잔디 광장 하나 만들 수 없었죠. ‘전과자 신부’가 됐지만 그래도 소명을 받들며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도시개발법이 정비되면서 법적 문제들이 풀렸다. 땅을 다듬어가며 그는 이곳에 ‘살아 있는 작품’ 같은 성당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러던 중 건축 전문 잡지에서 해외 건축 기행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건축을 알아야 건축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건축가들이 떠나는 기행에 동참했고 그 여정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이 보타의 건축이었다. 둥근 형태,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토지와 관련한 법적 문제는 정리됐지만 ‘세계적인 건축가는 설계비도, 공사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변의 만류가 강했다. 남양성모성지 봉헌 20주년을 맞은 2011년에 이 신부는 보타의 사무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건축가 한만원을 통해 조심스레 연락을 취했다. 그가 건축주로서 내놓은 요구는 많지 않았다. “하느님은 빛이시니 빛으로 충만한 교회, 하느님은 말씀이시니 소리가 좋은 교회, 그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친환경 냉난방 구조. 이 세 가지만 말씀드렸습니다.” 보타는 설계를 수락했고 두 달 만에 드로잉을 보내왔다. 이례적인 속도였다. 그는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도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신부가 ‘소리’를 강조한 것은 교회가 종교 시설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는 “소리가 좋으면 사람이 찾아온다”며 “이곳에서 좋은 연주가 이어져 음악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움미술관과 강남 교보생명타워를 설계한 보타는 프랑스 에브리 대성당,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으로 잘 알려진 거장이다. 그는 “무한한 신앙심 하나로 거대한 모험 앞에 홀로 선 사제”의 열정에 마음을 열었다. 보타는 12차례 설계 변경을 거쳐 교회 내부의 의자부터 첨탑의 종에 이르기까지 성당의 모든 요소를 직접 디자인했다. 붉은 벽돌을 치밀하게 쌓아 올리는 그의 건축 언어도 이곳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곳에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십자가와 성화를 만날 수 있는 데도 보타의 조력이 있었다. 보타의 소개로 20세기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가 십자가와 성화를 제작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고통에 짓눌린 모습이 아니라 젊고 생동감 있는 표정으로 성당 안을 바라본다. 죽음이 아닌 삶을 상징하는 형상이다. 이 신부는 “보타는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설계비를 실비만 받았고, 반지 역시 재료비 정도만 받고 작품을 보내왔다”며 “신자들의 십시일반 헌금과 거장들의 선의가 모여 기적처럼 세워졌다”고 말했다. 보타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리모델링에도 참여한 ‘음향의 건축가’이기도 하다. 공간의 구조와 소리의 흐름을 세밀하게 고려해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역시 처음부터 음향 설계사가 건축 과정에 참여했다. 음향 설계를 맡은 정완진 OSD음향 소장은 “클래식 음악을 담을 대성당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다. 이 신부가 클래식 공연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이크에 의존하지 않고 악기의 공명과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소리를 전달하고 싶어서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의 음향은 슈박스형이나 빈야드형 공연장 가운데 빈야드형에 가까운 확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남양성모성지 클래식 음악제 음악감독인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난롯가에서 듣는 어쿠스틱 LP판 같은 따뜻한 음색을 지닌 공간”이라고 말한다. 남양성모성지는 최근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음악 성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클래식 음악제에서는 바흐의 B단조 미사가 연주됐고 앞서 바리톤 사무엘 윤과 피아니스트 손민수도 이곳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리사이틀은 개인사와 얽힌 감정과 천재적인 연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곳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분위기와 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며 공연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프로그램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3월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리스트 ‘순례의 해’를 연주하고 4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베토벤 ‘운명’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함께 들려준다. 정식 오케스트라가 이곳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5월에는 트럼펫 연주자 성재창이 이끄는 SNU브라스 소사이어티가 금관 앙상블을 선보이며 6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9월 국내 초연되는 주페의 레퀴엠은 음악팬들의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이 많아지는 만큼 운영 체계도 갖췄다. 올해부터는 대관 심사위원회를 통해 공연 성격과 취지에 맞는 무대를 선별한다. 이 신부는 “영리 목적의 공간이 아닌 만큼 이곳에 어울리는 품위와 실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서길 바란다”며 “예능 위주의 흐름 속에서도 진지한 음악이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남양성모성지는 아직 미완이다. 승효상 건축가의 ‘순교자의 언덕’,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채플올해 착공될 계획이다. 젊은 건축가 이동준의 성 요셉 예술원은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숱한 막막함을 지나 여기까지 온 그는 “신앙의 힘으로 산을 가로지르고 강을 건너 왔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계획대로 건축이 끝나면 한국의 작은 도시에서 세계적인 건축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성지와 교회가 종교인은 만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화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
"韓 의사 재확인, 日은 수산물 안전 설명"…CPTPP 가입 물꼬
정치 청와대 2026.01.14 17:47:39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의 가입 문제를 논의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4일 밝혔다. 해당 사안은 정상회담 직후 공개된 공동 언론 발표문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일본 측은 한국 내 일본 수산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이날 일본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이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문제와 관련해 “식품 안전에 대한 일본 측의 설명이 있었다”며 “한국 측은 이를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CPTPP 가입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며 “향후 실무 부서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캐나다·호주 등 12개국이 회원국이다. 한국 역시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이후 중단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여부를 놓고 한일 간 이견이 있다. 교역 중심의 경제협력을 넘어 경제안보, 과학기술, 국제 규범까지 협력 범위를 확장하고 전략적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는 한일 양국으로서는 넘어야 할 과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전격적인 합의보다는 실무 차원의 협의를 이어가며 양국 간 신뢰를 높이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동중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CPTPP는 FTA라는 점에서 일본 수산물 문제뿐 아니라 양국 간 농수산물 시장 개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당장 일본 수산물을 개방해 역풍을 자초하기보다 신뢰를 축적하며 보다 민감한 현안들을 풀어가려는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위 실장은 과거사와 관련해 “인도주의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한 것”이라며 “(조세이 탄광은) 회담 과정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요 현안 가운데 첫 번째로 제기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이번을 제외한 네 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이슈를 제기했고 진전이 있었던 셈이다. 위 실장은 “한중일 삼각 협력 강화도 논의됐다”고 말했다. 공동 언론 발표에 ‘한일 공급망 구축 협력’이 제외된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위 실장은 “공급망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여러 나라와 협력하는 것이고 중국과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연초 중국과 일본 연쇄 방문을 통해 중일 모두로부터 실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일의 갈등 관계를 자극하지 않고 중국에도 북한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일본에는 역내 평화를 위해 한중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독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위 실장은 4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맞춰 9·19 군사합의가 복원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부의 기본 방향이자 이 대통령의 지침”이라면서도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또 “무인기를 민간에서 보내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고 정전 협정에도 위배된다”며 “정부로서는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
EB 발행 대신…성과보상 등으로 자사주 털어낸다
증권 국내증시 2026.01.14 17:47:21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규제 부담을 피하려는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처분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꼼수’로 지적한 교환사채(EB) 발행 대신 임직원 성과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비교적 논란이 덜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공시는 정정신고 4건을 제외하고 24건, 규모로는 총 10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6건은 임직원 성과급 지급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내부 보상 목적으로 나타났다. 199억 원이다. 반면 교환사채(EB) 발행을 목적으로 자사주 처분을 명시한 기업은 단 두 곳에 그쳤다. 오킨스전자(080580)(58억 원), 티에프이(425420)(105억 원) 등 총 163억 원 규모다. 그동안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이 소각 의무를 우회하는 ‘꼼수’로 지적돼 온 만큼, 기업들이 해당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사주조합 출연이나 성과급 지급은 3차 상법 개정안에서도 소각 의무 예외 사유로 분류되는 항목이다. EB 발행을 택한 기업들은 보고서 보완을 통해 ‘꼼수’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클리오(237880)는 지난 6일 84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 계획에 대해 “영업현금흐름 둔화 속에서 846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 투자를 전액 현금으로 집행할 경우 유동성 완충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당기순이익의 20%를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5건(558억 원 규모)은 시설자금 확보나 재무건전성 강화 목적으로 처분됐다. 로보티즈는 5일 경영상 재원 확보를 이유로 자사주 444억 원어치를 처분했고, 흥국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다올투자증권에 넘겼다.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기조에 맞춰 실제 자사주 소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유한양행(000100) 362억 원, 컴투스(078340) 582억 원, 세방전지(004490) 87억 원, 토비스(051360) 20억 원, 위드텍(348350) 22억 원, 오아(342870) 68억 원 등 총 6건의 자사주 소각이 공시됐으며, 규모는 1141억 원에 이른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움직임은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시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취득한 뒤 1년 이내에 이를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도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만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를 보유한 채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자사주 보유·처분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이 역시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해당 경우에도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승인받아야 하도록 절차를 엄격히 규정했다. 시장에서는 주주들이 자기주식 처분보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인 소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예외 적용을 위한 주총 문턱 역시 낮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는 데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처분 역시 절차가 크게 강화되면서, 제3자 처분이나 전환사채(CB) 등 종류주식 발행과 같은 자사주 활용 전략은 갈수록 사용하기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단독]타다 주역들 다시 뭉쳤다…자율주행 재도전 나선 쏘카
산업 IT 2026.01.14 17:33:50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규제의 벽에 멈춰 섰던 ‘타다’의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이재웅 전 쏘카(403550) 대표가 6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데에 이어 타다의 기술적 토대를 만들었던 이정행 전 토스페이먼츠 상품 총괄도 다시 쏘카에 합류했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정부와 여당이 자율주행 규제 완화 기조를 밝히며 사업 환경이 개선되는 가운데 쏘카가 국내 자율주행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정행 전 토스페이먼츠 상품 총괄이 쏘카 신사업 분야 기술 총괄로 선임됐다. 이 신임 총괄은 쏘카에서 자율주행을 비롯한 신사업의 기술 부문을 이끈다. 쏘카 관계자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주역들이 다시 한번 쏘카에서 모빌리티 신사업을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이 총괄은 박 대표와 2011년 VCNC를 공동 창업해 글로벌 다운로드 수 4000만 회를 기록한 커플 앱 ‘비트윈’을 선보인 개발자다. 2018년 박 대표와 함께 쏘카에 합류해 ‘타다 베이직’ 출시를 주도했다. 당시 타다 운영사인 VCNC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기술적 기반을 구축했다. 2021년 8월부터 VCNC 대표를 역임했고 2024년 3월 토스페이먼츠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쏘카가 다시 한 번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쏘카 계열사였던 VCNC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타다 베이직’을 운영한 바 있다. 이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승차거부 없는 배차와 안락한 승차감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여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25만 명을 넘어섰고 이후 회원 수는 170만 명까지 불었다. 다만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타다 베이직은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서비스는 멈췄지만 모빌리티 업계 전반의 서비스 기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쏘카는 구체적인 자율주행 신사업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2018년 지분 투자한 자율주행 기술기업 라이드플럭스와 협업을 통해 관련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올해 경기 화성시에서 레벨4 자율주행 카셰어링 서비스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쏘카가 AI 기반의 차량공유 운영 시스템과 이용자 주행 데이터 등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3대 자율주행차 강국을 목표로 규제 합리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자율주행 사업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원본 영상데이터의 자율주행 연구개발(R&D) 활용을 허용하는 등 자율주행 규제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토부 산하기관과 유관단체 대상 업무보고에서 “지금부터라도 (미국과 중국을) 속도전으로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박상혁·김한규·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테슬라 FSD 국내 상륙과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자율주행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한규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면서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도 자율주행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박민우 전 엔비디아 부사장을 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로 선임했다. 휴맥스(115160)모빌리티는 지난달 퓨처링크 및 반반택시 운영사인 코나투스와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035720)모빌리티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비롯해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및 에스더블유엠(SWM) 등 기술 스타트업과 자율주행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퇴직 보좌관 16명 '쿠팡 재취업'…경실련 "전수 조사해야"
사회 사회일반 2026.01.14 17:14:41쿠팡이 퇴직한 보좌진을 영입해 국회의 감시를 무력화하는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어 이를 조사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쿠팡 계열사에 취업한 퇴직 보좌진의 법 위반 여부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실련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회 퇴직 공직자가 가장 많이 재취업한 대기업이 쿠팡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해당 기간 쿠팡에 재취업한 퇴직 공직자는 16명이었다. 경실련은 “쿠팡은 국회의 규제 이슈가 가장 집중된 기업”이라며 “물류 경험이 전무한 보좌진을 대거 채용한 것은 입법부의 감시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저지나 국회 감시 무력화에 동원됐다”며 “공직자윤리법상 업무취급 제한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이 노동자 사망이나 정보 유출 등 기업 내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원회 출신 보좌진을 영입했으며 대관 조직이 국회와 정부의 수사 기밀을 실시간으로 입수해 로비를 벌인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공직자윤리위에 “입법부의 공정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퇴직 보좌진의 △과거 국회 업무와의 연관성 △현재 쿠팡에서 실질 담당 업무 △퇴직 후 국회 출입 및 로비 기록을 전수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
서울 주요대 10곳, 등록금 3%대 인상…학생회 반발
사회 사회일반 2026.01.14 16:32:33교육부가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발표한 뒤 대학가에서 본격적인 2026학년도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서울대를 제외한 수도권 주요 대학 10곳에서 모두 학생 측에 인상 계획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재정난에 시달리는 학교 본부와 2년 연속 등록금 인상에 반발하는 학생 간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연세·고려·서강·성균관·한양·중앙·경희·한국외대와 서울시립대·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0곳은 모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등록금 인상 논의에 돌입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올해 내국인 학부생의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밝혔으며 절반에 해당하는 5곳(연세·고려·서강·서울시립·한국외대)은 구체적인 3.19% 인상 계획까지 통지한 상황이다. 3.19%는 지난달 교육부가 공시한 2026학년도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로 직전 3개 연도(2023~2025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2배에 해당한다. 아직 구체적인 인상률을 제시하지 않은 나머지 대학도 3%대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단 인상을 하면 1%든, 3.19%든 국가장학금Ⅱ유형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똑같은데 학교 입장에서는 최대 한도까지 올리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예산팀 관계자 역시 “3.19%까지는 올리지 않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최소한으로 하향해 3%대로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등심위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등록금 인상이 확정될 경우 학생 1인당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금액은 계열에 따라 10만~20만 원 안팎이며 특히 공학·의학계열 학생의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연대·고대 총학생회가 집계한 예상 인상액(3.19% 기준)을 살펴보면 고대 의과대학 등록금은 20만 8800원, 연대 첨단융합공학 계열은 23만 4178원 오르며 전체 계열 가운데 가장 큰 인상 폭을 보였다.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따로 규제가 없어 더욱 과감한 인상 폭이 논의되고 있다. 10개 대학의 최근 등심위 회의록에 따르면 최소 5%에서 최대 11%에 달하는 유학생 등록금 인상안이 검토 중이거나 이미 의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학생 측은 전보다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결 17년 만에 처음 인상이 이뤄졌던 지난해의 경우 십여 년간의 물가 상승세 등을 감안해 한 발 물러나는 분위기였던 반면 1년 전 인상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재차 등록금 부담 가능성이 제기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고려대 학생회는 서울경제에 “학생 인식 조사 결과 인상 찬성 비율은 전체의 7.2%”라며 “(지난해) 등록금 인상 이후에도 교육·복지·시설 측면에서 체감되는 환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한 학부생은 80%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학별 반대 움직임과 함께 전국 100여 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역시 전날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만나 전국 100여 개 대학의 총학 의견을 종합해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등록금 관련 제도의 재정비와 정책 전반이 안정화 단계에 이를 때까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황이다. 반면 대학 측은 최대 한도인 3.19% 인상을 하더라도 극심한 재정난 극복과 교육 경쟁력 제고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내년의 경우 올해 국내 물가상승률 예상치(2.1%)에 기반해 등록금 인상 한도를 산출했을 때 최대 인상 폭이 2.6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등심위에서 학생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절실한 분위기다. 변창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대구한의대 총장)은 “오랜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교육 체계의 도입이 필요해졌다”면서 “대학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에서 재정 유동성 확보가 안 됐다는 점과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한 인상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종근당 듀피젠트 시밀러 세계 첫 유럽 임상 승인…20조 시장 선점효과 노린다
산업 바이오 2026.01.14 16:20:41종근당(185750)이 전 세계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중 가장 먼저 유럽 임상 1상 관문을 통과했다.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면 유럽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듀피젠트는 아토피 피부염 등 치료에 쓰이는 블록버스터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조 원에 달한다. 종근당은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으로부터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CKD-706’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종근당은 현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CKD-706과 듀피젠트와의 약동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고 약력학과 안전성, 면역원성 비교 임상을 진행한다. 듀피젠트는 사노피와 리제네론이 개발한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토피 피부염·만성 비부비동염·호산구성 식도염·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8개 적응증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각 국가에서 확보한 주요 특허들이 2013년 이후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어서 중국 등 전세계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활발하다. CKD-706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인간의 항체 구조와 동일하게 만든 물질이다. 제2형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조절물질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 수용체에 결합한 뒤 이들의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CKD-706 개발이 완료되면 종근당은 총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확보하게 된다. 종근당은 이미 빈혈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과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를 개발했으며 건선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704’는 현재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신속한 임상 진행으로 듀피젠트와의 동등성을 조기에 입증하여 전 세계 염증성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임상 3상 면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중소 졸업하니 규제 폭풍…중견기업 68% “고용·투자 축소”
산업 산업일반 2026.01.14 16:20:07국내 중견기업의 68%가 중소기업에서 덩치를 키운 후 각종 규제가 늘어나자 고용을 줄이고 투자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성장 단계에 맞춘 세제 합리화와 정책 금융 확대 등이 이뤄지면 적극적인 신규 채용과 투자 확대에 나설 뜻도 피력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와 함께 국내 중견기업 11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견기업 대상 차등규제 영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9.0%가 기업 성장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응답은 13.5%에 불과했다. 성장 사다리란 기업이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각 성장 단계에 알맞은 규제와 지원이 연동되는 제도적 기반을 뜻한다. 기업들은 특히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관련 규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35.0%는 중소기업 졸업 후 강화된 규제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특히 세제 혜택 축소(35.5%), 금융 지원 축소(23.2%)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공시·내부거래 등 규제 부담(14.5%), 고용 지원 축소(9.4%)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설문에 응한 중견 기업의 39.0%은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에 압박을 느껴 고용을 줄이고 채용을 유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중견 기업 28.8%는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될 신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로 법인을 이전하거나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기업은 16.9%, 연구개발을 축소한 기업은 11.0%로 나타났다. 기업 성장사다리를 보완할 대책으로는 세제 합리화와 정책 금융 지원 확대 등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중견 기업 41%가 ‘법인세·상속세·R&D(연구개발) 세액공제 등 세제 합리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으며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25.8%로 뒤를 이었다. 전문 인력 확보 및 양성 지원(13.2%), 글로벌 성장 지원 확대(7.5%), M&A 활성화 및 신산업 규제 개선(6.9%)도 당면 과제로 제시됐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규제가 개선되면 신규 채용과 투자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답했다. 규제 개선 때 가장 먼저 추진할 활동으로 신규채용 확대(41.0%)가 꼽혔고 투자 확대(28.0%), 과감한 M&A 및 신사업 진출(12.5%), 해외시장 공략 및 가속화(9.5%) 순으로 조사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행 규모별 차등 규제가 기업의 스케일업을 가로막고 있다” 면서 “성장단계에 맞춰 유인 구조가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정치 과잉 시대의 기업 위기 관리 [이보형의 퍼블릭 어페어즈]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6.01.14 15:55:22최근 기업 위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정치 과잉’이다. 사고의 실체나 영향이 파악되기도 전에 정치적 해석과 책임 공방이 먼저 등장한다. 위기 원인인 기술적 결함이나 사고는 즉시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환되고 위기 상황은 정책 실패를 입증하는 재료로 소비된다. 이제 위기는 기업의 담장 안에서 통제되지 않는다. 여론이라는 거친 광장을 거쳐 곧장 국회와 정부로 직행한다. 위기의 정치화는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나 불운의 결과가 아니라 늘 고려해야 하는 구조적 변수가 됐다. 기술 문제가 정치문제로 전환되는 양상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보잉 737 맥스(MAX) 사태다. 보잉의 협동체 기종인 보잉 737 MAX는 출시된 지 3년여 만인 2018~2019년 똑같은 양상을 보인 사고가 잇달아 두 번이나 발생하면서 기종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해당 기종은 2019년 초순에 전 세계에서 운항 중단됐다가 2020년 11월에서야 운항이 재개됐다. 그러나 보잉 737 MAX 9 기종은 2024년 1월 다시 미국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당시 사고의 직접 원인은 자동비행보정시스템이라는 기술적 결함이었다. 그렇지만 사건은 곧 기술의 영역을 벗어났다. 사고 직후 보잉은 기체의 안전성과 조종사 훈련 문제를 강조하며 법률과 엔지니어의 언어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대중이 던진 질문은 달랐다. ‘이 기업은 비용과 일정 압박 속에서 안전을 뒤로 미룬 것 아닌가’란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순간, 사고는 기술적 문제에서 대중의 분노로 전환됐고 분노는 곧 정치의 언어를 불러왔다.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었고 회사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의 감독실패까지 문제 삼았다. 기술사고가 항공 안전체계 전반에 대한 정치적 심판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망자 수나 결함의 복잡성이 아니었다. 대중은 위기 상황에서 확률을 계산하지 않는다. 통제 가능성과 책임 의지를 본다. 책임 귀속이 먼저 이뤄지고, 감정이 형성되며, 그 감정이 규제의 근거가 된다. 위기의 정치화는 감정의 문제이자 규제의 문제다. 학문적으로도 이는 확인된 현상이다. 세계적 위기관리 전문가인 쿰즈의 상황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SCCT)은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 책임을 높게 인식하는 위기에서는 방어적 해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말한다. 다른 위험인식 연구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사람들은 확률과 수치보다 공정성, 통제 의지, 과거의 태도를 근거로 위험을 판단한다. 정치 과잉 환경에서는 이 판단이 더 빠르고 단순해진다. 사실 확인이 끝나기 전부터 책임에 대한 인식이 굳어지고 그 인식은 정책과 규제의 근거가 된다. 이 점에서 SK텔레콤의 대응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지난해 일련의 개인정보유출사건에서 큰 사회적 주목을 받은 기업은 SK텔레콤이었다. 그러나 사건 이후 비교적 빠른 정보 공개와 고객 안내, 유심 교체 등 가시적 조치를 통해 정보 공백을 줄이려 했다. 완벽한 대응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배상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그럼에도 위기를 ‘법률 분쟁’ 이전에 ‘신뢰 관리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의 속도를 높인 점은 정치화의 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핵심은 위기 이후의 태도였다. 더 극적인 사례는 2016년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리콜이다. 배터리 발화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은 ‘단종’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제품을 포기하고 브랜드를 지키는 선택이었다. 직접 손실만 3조 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한 이 결정은 재무적 계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장의 손해보다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행동이 있었기에, 삼성은 글로벌 소송과 규제의 파도를 넘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핵심은 무사고가 아니라, 사고 이후 보여준 책임의 밀도였다. 정치 과잉의 시대에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단단한 체계다. 무엇보다도 위기 초기에는 법률의 언어를 최소화해야 한다. ‘법적 검토 중’이라는 표현은 대중에게 책임을 피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첫 메시지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공감과,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 법리는 그 다음 문제다. 물론 법적 리스크 관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지금의 기업 위기는 서초동 법정이 아니라 ‘국민 정서의 법정’에서 먼저 판결이 내려진다. 법을 지켜도 여론을 잃으면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위기 후의 태도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과문보다 강력한 것은 행동의 시각화다. 종이 한 장의 사과문보다 최고경영자(CEO)가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 피해자와 눈을 맞추는 장면 하나가 훨씬 강력하다. 정치는 이미지로 작동한다. 기업의 위기 대응 역시 대중의 기억에 남을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위기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기업의 철학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기술보다 태도가, 법리보다 공감이 먼저 평가받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체계를 구축하고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2차 3차 위기의 파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롯데글로벌로지스, 업계 최초 AI 이족보행 로봇 물류현장 실증
산업 생활 2026.01.14 15:41:06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로봇 전문기업 ‘로브로스’ 및 광운대, 경희대, 서강대와 함께 국책 과제에 선정돼 업계 최초로 ‘이족 보행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국내 첫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지원 사업’은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발히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해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로봇 수요기업으로서 주관기관인 로브로스, 3개 대학과 함께 참여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비롯한 각 참여기관은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현장의 요구 조건들을 갖췄는지 실증함으로써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 및 안정성을 검증했다. 프로젝트에서는 로브로스가 제작한 ‘이그리스-C(IGRIS-C)’ 모델을 활용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이 모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다리로 걷는 이족 보행 로봇으로, 좁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사람의 손과 같은 로봇 핸드를 탑재해 손가락을 이용해야 하는 피킹, 포장 등의 정밀한 작업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각 대학들은 전문 연구 분야에 따라 로봇의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쳤다. 광운대에서는 물류현장 맞춤 행동 조작, 경희대는 이족 보행 및 원격 작업, 서강대는 로봇 핸드의 섬세한 작업 부분을 중점으로 살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로봇에 물류 운영 데이터를 학습시키며 내부 시스템 연동 및 최적화를 진행하고, 각 대학의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진천풀필먼트센터 현장에 로봇을 배치해 상품의 출고와 포장 작업을 직접 학습시키며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번 실증 사업을 계기로 향후 주요 물류센터에 점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적용해보며 실제 상용화를 앞당겨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향후 휴머노이드가 학습 과정 없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며 일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무인자동화 기반의 고효율 물류 솔루션을 통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방미통위, '그록' 서비스 청소년 보호 장치 엑스에 요청
산업 IT 2026.01.14 15:29:48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공식 요구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14일 그록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불법 행위가 촉발되지 않도록 엑스 측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유해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 접근 제한 및 관리조치 등 보호 계획을 수립해 결과를 회신해줄 것을 통보했다. 최근 성착취물‧비동의 성적 이미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돼 사회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현재 엑스는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해 방미통위에 통보하고 있으며, 매해 청소년보호책임자 운영실태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그록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특히 방미통위는 엑스 측에 한국에서는 당사의 의사에 반해 성적 허위영상물을 제작‧유통‧소지‧시청하는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도 전달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새롭게 도입되는 신기술이 건전하고 안전하게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해서는 합리적 규제를 해 나갈 계획이며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물 등 불법정보 유통 방지 및 청소년 보호 의무 부과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