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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바꾸고도…73%가 '깜깜이 배당' 여전
증권 국내증시 2024.12.11 17:20:21정부가 배당액을 알지도 못한 채 배당 투자를 하게 되는 ‘깜깜이 배당’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동참해 정관을 바꾸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다만 정관을 바꿔놓고도 실제로 배당 절차를 개선하지 않은 기업이 70%를 넘는 만큼 참여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후 배당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정관을 변경한 기업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신세계·현대리바트·교촌에프앤비·동원산업·애경산업·콜마홀딩스·하이브·BGF 등이 매년 12월 31일 결산기말로 고정된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하는 날로 변경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액 등이 결정된 이후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S는 지난 9일 “주주들의 배당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상장사 이녹스첨단소재도 “배당금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확정하겠다”라는 내용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 포함했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배당기준일 이전에 배당금액을 확정해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이후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월 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전체 상장기업 2434개 가운데 31.9%(777개)가 배당기준일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 작업을 마쳤다.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지정’으로 바뀌면 외국인 등 투자자들이 배당 지급 여부나 구체적인 배당액 등을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주를 확정하는 배당기준일 이전에 배당 여부 등을 미리 알기가 어려워 국제 기준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다만 배당기준일 개선은 기업의 자율적 선택으로 실제로 제도를 개선한 사례가 많지 않아 제도가 안착됐다고 보긴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배당을 지급한 기업 1176개사 가운데 정관을 변경하고 이에 따라 깜깜이 배당을 실제로 개선한 기업은 91개사(7.7%)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정관도 바꾸지 않고 제도도 개선하지 않은 셈이다. 정관을 바꾼 기업 336개사 중에선 91개사(27.1%)가 절차를 바꿨으나 나머지 245개사(72.9%)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 국내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연말로 갈수록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배당 절차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고배당’, ‘코스피 고배당50’, ‘코스피 배당성장50’ 등 한국거래소 산출 주요 배당 지수들은 코스피 지수를 15%포인트 이상 성과가 좋은 상태다. 주주들이 배당 정책 변화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기준일 제도 개선은 한국 자본시장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라며 “제도 정착을 위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배당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은행·통신 등 5개 종목 밸류업지수 새로 편입
증권 국내증시 2024.12.11 17:20:03한국거래소가 16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지수 ‘특별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이번 리밸런싱에서 편출은 없으며 5개 안팎의 종목이 신규로 편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었던 금융·통신주를 위주로 추가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16일 밸류업지수 특별 리밸런싱을 통해 5개 종목을 신규 편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 리밸런싱을 실시하게되면 지수는 105종목으로 이뤄지게 된다. 거래소는 이번 리밸런싱 이후 내년 6월 정기 변경 때 밸류업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을 편출해 100종목을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일부 상장사는 지수에 포함돼 있지만 밸류업 공시를 하지는 않았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상장사들을 편출해나갈 방침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은행·통신주 포함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올 9월 100종목으로 이뤄진 밸류업지수를 발표했는데 편입 종목에 대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거래소 측은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닌 기업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을 것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일 것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지수가 공개되면서 시장에서는 KB금융(105560)을 비롯해 주주 환원을 실시해오던 통신주가 제외된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3개년 치 재무 목표와 주주 환원 정책을 제시한 종목 위주의 특별 편입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밸류업 정책은 연초부터 실시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이번 특별 리밸런싱으로 밸류업 정책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밸류업은 여야가 공감하는 정책인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간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글로비스, 한국신용평가 신용등급 AA+로 상향 "사업 안정성 우수"
산업 산업일반 2024.12.11 16:56:42현대글로비스(086280)는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가 자사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가 받은 AA+는 한국신용평가 19개 평가 단계 중 최상위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신용등급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유통, 해운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52개, 해외 96개 거점을 토대로 전 세계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무 레버리지가 낮으며 당기순이익과 잉여현금 축적으로 2023년 이후 순 현금 상태로 전환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며 "연간 1조 원을 상회하는 고정자산 투자 계획에도 확대된 영업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현 수준의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5월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도 최고 수준 신용등급 AA를 받았다.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6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2030년까지 9조 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매출액 40조 원 이상,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신한證 "외국인, 계엄 사태 이후 이탈 줄어…반도체·방산 저가매수"
증권 국내증시 2024.12.11 09:22:38신한투자증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에 따른 정치 불안에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덕에 시장이 비교적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5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 1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선물은 8000억 원 순매수했다”며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및 정책 공백에도 (국내 주식) 비중 축소 속도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며 “국내 주식 시장 변동성을 견인한 주체는 오히려 개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 최저치까지 떨어진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외국인들의 저가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후행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 9일 연저점 당시 0.8배 전후로 하락했다”며 “이 레벨은 유동성 리스크가 번지지 않은 국면에서 역사적 최저치에 가깝다”고 짚었다. 노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반도체와 방산 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네이버(NAVER(035420)) SK하이닉스(00066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현대로템(064350),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 등”이라며 “반도체, 방위산업 종목의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순매도 상위 종목에 삼성전자(005930),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이 오른 것에 대해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등 정부 정책의 영향력에 민감한 종목은 팔았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선물 옵션 동시 만기에 따른 변동성을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수급 중심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현재 상황은 (주가의) 중장기 방향성에 부정적이지 않다”며 “다만 외국인 선물 롤오버(만기연장)는 지난 9월 만기일 이후 3만 5600여 계약에 달했기에 오는 12일 선물옵션 동시 만기는 우선 확인하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탄핵 정국, 외국인·기관은 어떤 종목 매수했나
증권 국내증시 2024.12.11 06:20:00계엄과 연이은 탄핵 정국 여파로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은행주를 주워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동력 약화 우려에 금융주는 외국인의 이탈로 극심한 하락세를 보였는데 향후 주주 환원 정책 등에 따른 반등 가능성을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4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KB금융(105560)(2959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1429억 원), 신한지주(055550)(808억 원)를 집중 매수했다. 개인들이 은행주 매수에 나선 것은 호실적, 밸류업 공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지수가 3.29% 하락하는 동안 KB금융은 17.69%,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13.18%, 11.44%씩 주가가 빠졌다. 세 종목뿐만 아니라 은행주 전반이 약세다. KRX은행지수는 이날 0.35% 올랐지만 지수 상승률(2.43%)을 밑돌았다. 4일과 5일 각각 4.33%, 5.63% 하락했다가 6일에는 1.55% 올랐으나 전날에는 다시 3.70% 하락한 상황이다. 은행주가 유독 급락한 것은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현 정부의 추진 정책인 밸류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공시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배당 등 주주 환원 등을 기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배당률이 높아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계엄·탄핵 국면에서 SK하이닉스와 네이버(NAVER(035420))를 사들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를 1288억 원, 2212억 원씩, 네이버는 1376억 원, 905억 원씩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에 대해서는 외국인은 4910억 원가량 팔아치운 반면 기관은 4769억 원어치를 주워담았다. 외국인이 던지고 있는 물량을 사실상 기관이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이 기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SK하이닉스는 6일을 제외하고 3일부터 5거래일간 주가가 상승세다. 이날에는 1500원(0.89%) 올라 17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D램 가격 하락 등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8월 5일 15만 110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날에는 7500원(3.72%) 상승하며 20만 9000원에 마감했다. 3분기 호실적과 함께 AI 사업 계획을 공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 7156억 원과 52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38.2%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라며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결합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범, 배송 서비스 강화, 멤버십 강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는데 성과 창출이 가시화되면 주가 상승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
계엄 직격탄 맞은 두산…P 리스크에 사업개편 무산 [biz-플러스]
산업 기업 2024.12.11 06:00:00두산밥캣(241560)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떼어 내 두산로보틱스(454910)와 합병하려고 했던 두산(000150)그룹의 사업 재편안이 끝내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기조에 동참하라며 두산을 강하게 압박하던 정부가 오히려 초유의 계엄령 사태로 ‘밸류다운’을 자처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각각 열고 두산밥캣 분할합병 관련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분할합병안을 의결하기 위해 12일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 역시 철회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재편안을 추진해 왔다. 원자력 발전과 협동로봇, 인공지능(AI)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두산그룹이 6개월 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사업재편안을 결국 포기한 것은 초유의 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날까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19.94%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권이 바뀔 경우 친원전 정책이 다시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18.77% 하락했다. 문제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회사가 사전에 정해 고지한 가격에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 890원을, 두산로보틱스는 8만 472원을 주식매수청구 가액으로 제시했다. 시장 가격이 매수청구 가액과 비슷하거나 높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처럼 주가가 낮을 경우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에 응할 유인이 커진다. 두산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사전에 정해둔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예상보다 큰 비용을 안게 돼 분할합병을 강행하더라도 실익이 사라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000억 원으로,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 원으로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설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합병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점도 두산그룹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두산그룹의 두산에너빌리티 보유 지분은 30.67%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했지만, 최근 하락한 주가 탓에 찬성은커녕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조차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낮은 주가를 빌미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두산그룹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2대주주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다만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같거나 낮을 경우 기권할 것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두산그룹 측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 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보여 빠른 의사결정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4차 주주서한을 통해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
펀더멘털 대비 환율 과도한 급등…투기세력의 '양털깎기' 지적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10 19:04:07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 배경에는 최근의 시장 불안이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전환하면 외환시장도 차츰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포돼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치적 안정이 회복되면 재정 완화가 재정 지속성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민연금의 상당한 해외 자산이 지나친 시장 고통 때 외환·증권시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달 11일과 비교해 이달 9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상승률은 2.45%로 유로화(-1.34%), 엔화(-1.97%), 위안화(1.54%)보다 높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정치 불안이 해소될 경우 시장 복원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정치적 혼란이 끝나고 환율이 다시 1300원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연기금의 환헤지를 유도하는 방식은 좋은 정책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열고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는 시장심리 반전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경제부총리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우리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대외 건전성에 비해서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시장 안정 조치를 총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과도한 원화 가치 급락 뒤에 한국 시장의 불안을 이용하려는 투기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 한국 금융시장을 ‘양털깎기’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털깎기는 국제 투기 자본이 신흥국 자산 가치를 끌어내린 뒤 헐값에 알짜배기 기업과 부동산을 쓸어담는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의 ‘가라앉는 느낌(Sinking Feeling)’이라는 악의적인 보도가 나온 뒤 한국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자 해외 투자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온 사례가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으로 한국의 펀더멘털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당시 기재부는 이례적으로 해당 보도와 관련해 기자 브리핑을 열고 “근거도 빈약한 보도를 반복해 한국 경제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FT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계엄과 탄핵 사태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변화가 없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키운 뒤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일부 외신의 대응이 과도한 측면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포브스는 6일(현지 시간) “이번 계엄령이 한국을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도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금융시장이 이미 외국인 투자 자금은 물론 국내 투자자에게도 외면받는 상황에서 이번 정국이 자칫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해 양털깎기를 유발시킬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정국 불안으로 국내 금융시장과 경기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으나 양털깎기와 같은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투자자들도 패닉에 빠지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상황과 기업들의 실적 등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1%대 성장과 함께 고환율로 물가도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금융과 외환시장이 타격을 받아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냉정하게 상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금융사 'P리스크' 직격탄…건전성 악화 경고등
경제·금융 은행 2024.12.10 17:51:41금융권이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P(정치)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불확실성 극대화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최고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국 금융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 업계는 해외 언론, 투자자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열어 “문제 없다”며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금융사들은 가뜩이나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지표가 꺾인 상황에 정치 리스크마저 덮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비상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 등과 간담회를 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경제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 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들도 탄핵 정국 장기화 여파로 해외 금융 당국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금융사와 시장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총동원에 나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미국·영국·독일·싱가포르 등 금융 허브 국가의 당국과 현지 투자자들에 ‘(금융) 펀더멘털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105560)도 유동성 위기는 없다는 점을 해외 당국과 투자자에 전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글로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환율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높아질 때마다 금융사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 기준에 비춰서도 높은 편이지만 해외투자자들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지속은 배당 축소로 이어져 국내 금융사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배당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역시 환율이 뛰면 반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한국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국내 금융사들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가계대출 급증과 대출이자 인상 영향으로 실적 신기록을 세웠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NIM은 올 1분기(1.63%)에서 2분기(1.60%), 3분기(1.52%)로 갈수록 하향 추세다. 내년에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이자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P 리스크’가 아니더라도 금융권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은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주주 환원까지 강화해야 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금융사들은 P리스크 장기화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미 수립을 마친 내년 경영 계획에 각종 리스크를 반영해 보수적으로 잡은 만큼 위기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전했고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탄핵 정국 장기화가 내년 사업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미는 은행주, 외인·기관은 AI주 담았다
증권 국내증시 2024.12.10 17:51:18계엄과 연이은 탄핵 정국 여파로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은행주를 주워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동력 약화 우려에 금융주는 외국인의 이탈로 극심한 하락세를 보였는데 향후 주주 환원 정책 등에 따른 반등 가능성을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4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KB금융(105560)(2959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1429억 원), 신한지주(055550)(808억 원)를 집중 매수했다. 개인들이 은행주 매수에 나선 것은 호실적, 밸류업 공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지수가 3.29% 하락하는 동안 KB금융은 17.69%,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13.18%, 11.44%씩 주가가 빠졌다. 세 종목뿐만 아니라 은행주 전반이 약세다. KRX은행지수는 이날 0.35% 올랐지만 지수 상승률(2.43%)을 밑돌았다. 4일과 5일 각각 4.33%, 5.63% 하락했다가 6일에는 1.55% 올랐으나 전날에는 다시 3.70% 하락한 상황이다. 은행주가 유독 급락한 것은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현 정부의 추진 정책인 밸류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공시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배당 등 주주 환원 등을 기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배당률이 높아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계엄·탄핵 국면에서 SK하이닉스와 네이버(NAVER(035420))를 사들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SK하이닉스를 1288억 원, 2212억 원씩, 네이버는 1376억 원, 905억 원씩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에 대해서는 외국인은 4910억 원가량 팔아치운 반면 기관은 4769억 원어치를 주워담았다. 외국인이 던지고 있는 물량을 사실상 기관이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이 기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SK하이닉스는 6일을 제외하고 3일부터 5거래일간 주가가 상승세다. 이날에는 1500원(0.89%) 올라 17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D램 가격 하락 등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8월 5일 15만 110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날에는 7500원(3.72%) 상승하며 20만 9000원에 마감했다. 3분기 호실적과 함께 AI 사업 계획을 공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 7156억 원과 52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38.2%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라며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결합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범, 배송 서비스 강화, 멤버십 강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는데 성과 창출이 가시화되면 주가 상승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
‘계엄쇼크’에 발목…두산, 밥캣 분할합병 결국 포기
산업 기업 2024.12.10 16:29:53두산밥캣(241560)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떼어 내 두산로보틱스(454910)와 합병하려고 했던 두산(000150)그룹의 사업 재편안이 끝내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기조에 동참하라며 두산을 강하게 압박하던 정부가 오히려 초유의 계엄령 사태로 ‘밸류다운’을 자처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각각 열고 두산밥캣 분할합병 관련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분할합병안을 의결하기 위해 12일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 역시 철회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재편안을 추진해 왔다. 원자력 발전과 협동로봇, 인공지능(AI)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두산그룹이 6개월 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사업재편안을 결국 포기한 것은 초유의 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날까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19.94%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권이 바뀔 경우 친원전 정책이 다시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18.77% 하락했다. 문제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회사가 사전에 정해 고지한 가격에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 890원을, 두산로보틱스는 8만 472원을 주식매수청구 가액으로 제시했다. 시장 가격이 매수청구 가액과 비슷하거나 높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처럼 주가가 낮을 경우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에 응할 유인이 커진다. 두산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사전에 정해둔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예상보다 큰 비용을 안게 돼 분할합병을 강행하더라도 실익이 사라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000억 원으로,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 원으로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설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합병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점도 두산그룹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두산그룹의 두산에너빌리티 보유 지분은 30.67%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했지만, 최근 하락한 주가 탓에 찬성은커녕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조차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낮은 주가를 빌미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두산그룹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2대주주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다만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같거나 낮을 경우 기권할 것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두산그룹 측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 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보여 빠른 의사결정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4차 주주서한을 통해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
“밸류업, 정권 상관없이 추진…증안펀드 투입은 시기상조”
증권 증권일반 2024.12.10 15:06:02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장기화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야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권과 상관없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등 야 3당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 현안 대응 및 현장 점검’ 간담회를 열고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전날 국내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통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도입, 밸류업 프로그램 등 국내 증시가 직면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거래소의 역할로 일본 주식시장 밸류업이 상당 부분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한국거래소가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 일정 부분을 차용하고 있는 만큼 역할 확대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과 상관 없이 (증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건 그냥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드러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9일) 주가가 크게 빠졌지만 이는 (탄핵 불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안정됐다는 신호들이 나타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안펀드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 3당 정무위원들은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원인으로 지난 7일 탄핵 표결이 무산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된 점을 꼽았다.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비상 계엄과 탄핵 거부 사태 여파로 국가 신용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다”며 “국민 주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을 서슴지 않는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
금감원장, 주한 일본대사 면담…“'탄핵 정국' 경제 충격 일시적”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4.12.10 15:00:00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탄핵 정국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과거 사례를 볼 때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갖고 “금융당국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시장안정조치 등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프로그램, 외환시장 선진화 등 현재 추진 중인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즈시마 코이치 대사는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 및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동아시아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일 금융당국의 긴밀한 공조 노력 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
"정치문제와 투자 분리해 달라"…글로벌 IB에 호소한 김병환
증권 국내증시 2024.12.10 11:30:00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무산 등 정치적 불안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자 금융 당국이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과 연속적으로 만나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경제·금융 상황을 정치와 분리해 판단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외국계 금융회사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를 비롯해 17개 외국계 은행·증권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나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 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밸류업,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 과제들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믿어달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비롯한 주주 친화 정책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등 주주 보호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야권에서도 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결실을 거두도록 협업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밸류업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게을리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법제화 작업과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내년 3월 말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KB운용, 국내 고배당 금융주 ETF 출시
증권 국내증시 2024.12.10 11:09:13KB자산운용이 국내 고배당 금융주에 투자하는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10일 상장했다.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ETF는 금융지주, 은행, 증권, 보험 업종 내 기업 중 4개 부문(자기자본이익률, 배당수익률, 주가순자산비율,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선정해 총 13개 종목에 투자한다. 다만 팩터 상위기업이어도 배당수익률을 우선으로 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평균보다 낮은 기업은 최종 편입에서 제외한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투자종목은 JB금융지주(10.33%), DB손해보험(10.29%), KB금융(10.27%), 하나금융지주(10.10%), 우리금융지주(10.06%) 등이다. 국내 금융업종(59개 종목)의 직전년도 평균 배당수익률은 4.84%로, 동일 기간 코스피(1.83%) 대비 2배 이상 높다. 편입 종목의 직전년도 현금배당수익률을 살펴보면 기업은행(8.30%), 하나금융지주(7.83%), NH투자증권(7.74%), 우리금융지주(7.69%) 순이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종목별 투자 비중을 고려한 가중평균 배당수익률은 연 6.82% 수준이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지주, 은행, 증권, 보험의 금융 업종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추구하고자 설계된 ETF”라며 “안정적인 배당 흐름을 고려하면 연금 투자 상품으로 활용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
개인 1.2조 패닉셀…탄핵정국發 '블랙먼데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09 17:42:07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초토화됐다.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닥은 하루에만 5% 넘게 폭락했고 원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치 리스크에 대한 대가를 경제가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탄핵 국면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는 한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8월 5일(장중 최저가 2386.96)보다 더 낮은 수치로 연중 최저치다. 코스닥도 34.32포인트(5.19%) 내린 627.01에 거래를 마쳐 2020년 4월 21일 이후 4년 8개월 만에 630 선을 내줬다. 국내 증시는 이날 시가총액이 73조 원 감소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거래일 동안 144조 원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4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지만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총 1조 1866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양대 지수를 끌어내렸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개인들이 공포에 질려 투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후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개인은 이미 국내 증시에 희망을 잃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 2022년 10월 24일(1438.7원) 이후 최고치이자 나흘 연속 연고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열고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밸류업펀드를 통해서만 다음 주까지 최대 43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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