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라스의 발명으로 토탈서비스 방식의 암 치료법이 현실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그가 발명한 나노셀은 100 나노미터 크기의 구형체로 조그만 공 모양의 실리카를 금 원자막으로 감싼 것이다. 몸속에서 단백질로 종양 세포에 결박되는 이 셀은 피부 조직을 안전하게 관통하는 근적외선을 쪼이게 되면 열을 받아 종양을 태워 없앤다. 물론 종양 근처의 건강한 조직은 상하게 하지 않는다. 휴스턴 소재의 라이스 대학에서 전기공학 및 화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할라스는 이 과정을 ‘반숙의 달걀만들기 과정’에 비교한다.
수십 년 전부터 화상 치료법에서 혈액 보존에 이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지원해온 미 국방부는 지난 여름 할라스와 라이스 대학의 생체공학 교수로서 그와 연구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제니퍼 웨스트에게 3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지원조건은 나노셀을 유방암 치료에 이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할라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방암 뇌암, 전립선암 등 연조직 종양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내년쯤 예비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구결과가 나오면, 나노셀 개발로 인해 암 치료법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초기 암이라면 진단에서 치료까지 단 한 번의 병원 방문으로 끝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유방암 연구 프로그램에서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도나 킴박은 “(나노셀이) 다른 기술과 비교해 6, 7년 정도 일찍 암을 찾아낼 수 있어 무척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킴박은 “대부분의 유방암 종양은 생기고 나서 몇 년이 지나야 알게 된다”면서 “나노셀은 종양을 몇 년 일찍 발견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라스가 보는 나노셀의 특징은 ‘조율성’에 있다. 다시 말해, 셀의 내부에 있는 유리심과 외부의 금박 사이의 두께를 조정하면 어떤 파장의 빛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외선을 받을 수 있게 두께를 조정하고 암에만 작용하는 항체로 외부를 감싸면 나노셀은 암을 죽이는 일종의 ‘폭탄’이 된다(위 그림 참조). 주위에 있는 건강 세포의 손상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현재의 외과 수술이나 화학요법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약물 투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노셀의 또다른 장점이라고 할라스는 말한다. 예를 들어 인슐린으로 채운 폴리머를 동반하게 되면, 나노셀이 폴리머를 작동시켜 아주 작은 양의 약물을 혈류에 섞을 수가 있다. 하지만 당장 나노셀이 일반인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암 치료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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