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발점은 5년 전 이스라엘 근해에 정박 중이던 요트 한대가 닻이 풀려 위치를 벗어나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해변을 뛰어다니고 있었죠” 독일 브레멘대학의 대양학자 클라우디오 리히터의 말이다. “바닷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자 부서진 산호초 덩어리들을 발견했는데 산호초 안에 다양한 색깔의 해면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리히터와 동료들은 결정적인 미스터리를 풀어줄 해답에 근접해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도대체 어떤 것이 산호초에 사는 작은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걸까?
플랑크톤 살인사건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만한 대상은 없었다. 사실 바다 속 바위 표면에서 하늘거리는 유기체들이 미세한 플랑크톤을 잡아먹기 위해 물을 걸러낼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물감 얼룩같은 해면이 부각되었다. 해면은 몸으로 물을 빨아들여 먹이를 걸러내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해면만이 아니라 바위 위의 해면무리 내부까지 모두 알아내고자 했다. 리히터와 같은 대학의 마크 분쉬는 ‘케이브캠’이라는 장치를 개발했는데 탐사장비위에 달린 이 카메라는 수중 왜곡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형 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케이브캠은 홍해 전역의 산호초 틈새까지 모두 샅샅이 밝혀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해면이 발견되었고 이로써 먹이가 되는 작은 플랑크톤이 산호초 근처에 부족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카메라로 산호초를 검사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자, 플랑크톤 중 약 60%를 해면이 먹어치운 것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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