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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혈액’ 제친 ‘가난한 자의 금’… 에너지 골든 크로스 신호인가[페트로-일렉트로]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AP연합뉴스




은이 원유보다 비싸졌습니다. 은값은 2025년 들어 가격이 저점 대비 2배 이상 치솟아 트로이온스 당 최고 80달러 이상(장 중 기준)으로 치솟은 반면, 원유는 배럴 당 평균 60달러 대에 머무는 약세를 기록하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금보다는 가격이 낮은 ‘가난한 자의 금’이라고 하지만, 은이 그래도 귀금속인데 기름보다 비싼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요. 그런데 원유보다 은값이 더 나가는 게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유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때를 제외하면 1983년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은과 원유 가격의 역전은 산업, 또 에너지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데요. 첨단 산업의 필수재인 은의 가치가 화석연료의 상징이나 전통 제조 산업의 ‘혈액’인 원유의 가치를 뛰어 넘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태양광·전기차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은 수요 폭증


은 가격 상승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먼저 미국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또 각종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으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점을 들 수 있겠는데요.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가격 역시 같은 이유로 2025년 70% 이상 값이 급등했죠. 달러화 약세,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 역시 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또 전 세계 주요 거래소의 은 재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걱정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은 시장의 규모는 약 650억 달러에 불과해 시장 규모가 1조 3000억 달러인 금에 비해 일일 거래량과 재고가 낮다고 하네요.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은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부터 태양광·전기차 등 에너지 전환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은이 다른 금속 중에서도 열과 전기 전도성이 높아 전력 관련 부문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실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전체 은 소비량 가운데 태양광 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2024년 29%로 10년 전인 2014년 11%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은 분말을 주 성분으로 하는 전도성 재료인 실버 페이스트가 태양광 패널 제작 시 필수재라고 합니다. 또 배터리 전기차는 평균 은 사용량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최대 80% 더 많다고 합니다. 이밖에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증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동에 엄청나게 많은 전력 소모가 예상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은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유 공급 과잉, 화석연료 수요 ‘내리막’ 가리키나


반면 원유 가격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요. 일단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가격 하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2025년 상반기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미사일 공격을 주고 받는 등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산유국이 모여 있는 중동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전통적으로 국제유가를 급등하게 하는 요소이죠. 그런데 유가는 오히려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원유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꼽습니다. 중동 이외의 산유국에서 원유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인데요. 단적인 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확대 정책과 유정의 생산성 향상 등으로 2025년 미국의 평균 일일 원유 생산량은 1361만 배럴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으로 구성된 OPEC+가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OPEC+는 새해에는 증산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공급 과잉 추세를 뒤집을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에 384만 배럴씩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수급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화석연료의 수요가 이제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분야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피클링은 “원유 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화물 수송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LNG 시장에서도 과잉 물량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원유 공급 과잉이 화석연료의 시대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는 징후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물론 화석연료가 당장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매우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 받았던 전기차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에 빠져 주춤하는 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강도가 다소 후퇴하면서 향후 25년 동안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그 동안 ‘소비가 10년 안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하던 것에서 화석연료의 ‘수명’을 늘려 잡은 셈입니다. 은 가격 역시 계속 오르기만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최근 며칠 동안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고요. 새해에도 산업과 에너지의 변화는 계속 숨 가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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