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2월 소비자물가의 특징은 고환율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전이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수입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식탁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12월 기준 수입 쇠고기는 8.0% 올랐고 수입 과일인 키위(18.2%), 망고(7.2%), 바나나(6.1%) 등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환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석유류 가격 역시 급등세를 나타냈다. 12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1% 급등하며 지난해 2월(6.3%)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경유는 10.8% 뛰었는데 이는 2023년 1월(15.5%)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작물과 축사 등에 기름을 많이 때기 때문에 석유류 가격 상승이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발(發) 물가 오름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OECD가 최근 발표한 12월 보고서를 보면 OECD 회원국 37개국의 10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9월과 비교해 20개국에서 평균 0.9%포인트 하락했다. 6개국은 보합세를 보였고 11개국만 상승했는데 한국은 상승 그룹에 속했다. 우리나라의 10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3.5%로 9월(3.3%)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다수 OECD 국가의 식료품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축산물과 수산물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 비중이 58.1%에 달하는 쇠고기의 경우 11월 수입물가가 원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4% 올랐다. 하지만 계약 통화(달러) 기준 상승률은 10.3%에 그쳤다. 약 5.1%포인트가 순수하게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2025년 수준의 환율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분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로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가공식품이라든지 음식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향후에도 환율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사항을 계속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생활물가가 2%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만큼 환율이 물가에 미칠 영향 등에 유의하면서 물가 상황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 물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12월 중순 기준 국내외 주요 기관 37곳이 제시한 2026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중간값)로 지난달 말(1.9%)과 비교해 0.1%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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