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식품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해외’였다. 글로벌 시장에 확산된 K콘텐츠가 K푸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김·과자·아이스크림 등 한국 가공식품의 수출이 확대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K푸드 누적 수출액은 103억 7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12월 실적까지 더해질 경우 K푸드 수출액은 지난해(106억 6300만 달러)에 이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할 전망이다.
품목별로는 라면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라면 수출액은 올해 1~11월 13억 8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다. 특히 해외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 7141억 원, 영업이익 3850억 원을 찍으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농심 역시 1~3분기 매출 2조 6319억 원, 영업이익 15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5.5% 성장했다.
K푸드는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하며 작품 속 라면과 김밥이 화제가 됐다. 블랙핑크 제니와 미국 래퍼 카디비 등 인기 연예인이 해외 방송과 SNS 등에서 바나나킥과 불닭볶음면 등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수출액도 10억 4100만 달러로 13.3% 늘며 효자 품목 자리를 굳혔다. 빵류 수출은 13.7%, 커피 조제품은 12.3% 증가하며 가공식품 전반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아이스크림 역시 20.8% 늘면서 수출액이 올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해외 매출 비중이 68%를 넘어선 오리온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7.4% 성장한 2조 4079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수는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식품 기업들은 수출 성적에 따라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뚜기는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20.4% 줄어든 1579억 원을 기록했다. 내수 비중이 높은 롯데웰푸드 역시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1199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CJ제일제당 역시 해외에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식품사업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이제 성장보다는 방어하는 시장이 됐다”며 “식품기업들이 실질적인 성장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는 오너 3세들을 경영 전면에 등판시키며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 담서원 부사장은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경영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전무)도 내년부터 부사장 자리에 올라 ‘2030년까지 해외 비중 61% 확대’ 목표를 달성할 실무 책임자로 나섰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전무 역시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확장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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