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26만 개에 달하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을 공급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한국 국민을 기쁘게 할 발표”의 주인공이 드러난 셈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최신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26만 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005930)와 SK그룹·현대차(005380)와 각각 5만 개, 네이버와 6만 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정부도 5만 개의 블랙웰을 공급 받는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공격적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GPU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까지 나서 엔비디아의 GPU를 전략자원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성패가 고성능 GPU 공급에 달린 상황에서 엔비디아와의 동맹을 통해 최첨단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위주로 공급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윈윈’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와 6세대 HBM4, GDDR7, 소캠(SOCAMM)2 등 차세대 메모리 및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날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에 생산할 HBM 물량에 대해 모두 고객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는데 해당 물량에 HBM3E뿐 아니라 HBM4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SK하이닉스에 한동안 주도권을 내줬던 HBM 시장의 판도도 뒤바뀔 전망이다. 반도체 실적 상향 그래프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역시 이번 공급계약을 통해 HBM 선도 공급자로서 구축해온 그간의 밀착 관계를 부각시킬 수 있다.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맞서기 위한 국내 기업의 AI 전환에도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5만 장 GPU를 통해 AI 팩토리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년 내 업무 중 90%에 AI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의 ‘AI 드리븐 컴퍼니’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반도체 업계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술센터를 세운다. 이번에 확보한 블랙웰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제조와 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율주행, 로봇 사업의 협력을 약속했다. 네이버도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한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e122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