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지역의 ‘디딤돌대출’을 예산이 아닌 전액 은행 자금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규제지역 정책대출은 나랏돈으로 취급하는 게 원칙이었는데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해당 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분당 등으로 대폭 확대돼 자금 부담이 커지자 이를 은행에 떠넘긴 것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디딤돌대출 재원 운용 방식 개정안을 22일 시중은행에 통보했다.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디딤돌대출은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직접 대출 자금을 내주거나 은행 재원으로 우선 취급하게 한 뒤 시중금리와의 차이만큼만 이차보전해주는 식으로 운용돼왔다. 이 중 규제지역 대출은 규정상 정부 기금(예산)을 통해 취급하도록 했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뒤에 규제 지역 서민 정책대출을 은행에 떠넘긴 것은 예상치 못한 기금 누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하고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 디딤돌대출은 담보주택의 평가액이 최대 6억 원(신혼, 2자녀 이상 가구 기준)으로 신청 기준을 제한하고 있다. 규제 지역에 대해서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대출 자금을 내주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서울 강남 3구나 용산구 등 기존 규제 지역 내 대다수 주택의 가격이 신청 기준을 크게 웃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정책대출을 찾는 수요가 미미해 정부 입장에서는 규정을 지키는 데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 지역으로까지 규제 지역이 넓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규제 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서울 금천구(한국부동산원 기준 5억 9100만 원), 도봉구(5억 7500만 원) 등 서울 외곽과 수원 장안구(5억 원) 등 일부 경기 지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기준 정책대출 기준치를 밑돈다.
그렇지 않아도 서민 정책대출의 밑천 격인 주택도시기금이 빠르게 줄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로서는 늘어날 수요를 감당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여유 자금은 2021년 45조 원을 기록한 이래 매해 줄고 있으며 올해 7월 기준 10조 6000억 원으로 3년여 만에 76.4%나 급감했다. 정부 관계자는 “몇 년 새 정책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 사업비는 뛰었는데 수입원인 청약액은 줄어 기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규제 지역이 몇 곳 안 됐을 때는 기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 대상지가 대거 늘다 보니 은행 재원을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은행이 대신 취급해야 하는 상품은 △일반 디딤돌대출 △디딤돌 생애최초 △전세사기피해자 디딤돌 등 디딤돌대출 일체다. 대책 발표 직후인 16일 접수된 건부터 소급 적용해 시행한다. 은행이 정책대출을 먼저 취급하면 정부는 시중금리와 정책상품 간 금리 차이를 감안해 6개월마다 손실을 일부 메워준다. 하지만 금리 차이를 최대 0.99%포인트까지만 인정하다 보니 은행의 손실이 전액 보전받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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