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소송’으로 불리는 최태원(65)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대법원 상고심 결과가 16일 나온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자 지난해 5월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항소심 선고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특유재산’이라고 강조해온 지주사 SK(옛 대한텔레콤) 지분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하면서 노 관장 몫 재산 분할 규모가 1심 665억 원에서 2심 1조 3808억 원으로 20배나 급증했다. 2심 재판부가 노 관장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자금 300억 원이 불분명한 출처에도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SK에 유입된 근거가 없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을 어떻게 볼지가 최 회장 재산 분할은 물론 재계 2위 SK그룹의 운명도 흔들 수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듬해 2월 정식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이혼에 응하지 않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이혼 절차에 나섰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지난해 5월 2심은 위자료를 20억 원으로 상향하고 재산 분할 액수도 1조 3808억 원으로 판결했다. 재산 대부분이 SK그룹을 총괄하는 지주사 SK의 지분(17.9%)인 최 회장 입장에서 1조 4000억 원에 가까운 재산 분할은 SK의 지배구조를 다시 짜야 할 만큼 엄청난 리스크여서 대법원에 곧장 상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약속어음 300억 원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재산 분할 액수를 대폭 상향했다. 2심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상당량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증여받은 ‘특유재산’이라고 강조해 온 SK 지분에 노 관장 몫이 있다고 본 셈이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퇴임 후에 그 액수만큼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불법 비자금으로 볼 수밖에 없는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는 사실 입증이 전혀 되지 않았는데도 2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해 이 증명 책임을 최 회장 측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만약 노 관장 측 주장대로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인 만큼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SK 임직원들 역시 출처조차 불분명한 자금이 근거도 없이 30여 년간 기업 성장에 40배 넘게 기여했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노 관장이 1조 3808억 원의 재산 분할을 받는 것은 사회정의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대법원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의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선고는 전합이 아닌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1부가 맡기로 했다. 대법원 측은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소수 의견 등을 달아 선고해야 하는 그런 사건은 아니었다”며 전합까지 가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은 2심 결론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에 기대를 걸고 있다. 2심의 재산 분할 대상과 비율에 논란이 큰 상황에서 재판부가 핵심 쟁점인 SK의 지분 가치를 실수로 계산하는 오류까지 범했기 때문이다. 2심은 최 회장 측 지적에 판결문을 수정했지만 “지분 가치 산정 과정 ‘중간 단계’의 계산 오류를 수정한 것뿐”이라며 재산 분할 규모는 유지한 바 있다.
대법원이 최 회장의 상고를 기각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최 회장은 1조 3000억 원이 넘는 재산 분할을 위해 SK를 비롯해 SK 계열사 보유 주식 상당 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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