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이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로 육성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정부와 기업들에 공급해 AI 인프라 구축을 돕고 AI 기술 공동 연구와 인재 양성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경북 경주의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만나 “용산 전자상가를 가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다녀 (투자해)달라”고 했다. 황CEO가 엔비디아 창업 초기인 1990년대에 용산 전자상가에 직접 방문해 마케팅을 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곳곳의 투자를 요청한 셈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항상 한국과 함께 성장해왔다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투자가 확대되고 대성공을 거둬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골든벨을 받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류 미래를 결정적으로 바꿀 것으로 생각해서 대대적인 투자 지원을 할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AI사업을 가장 시작하기 좋고, 성과가 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황CEO도 “훌륭한 산업역량을 지닌 나라는 한국 말고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은 전세계 AI 의 중심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황 CEO는 △AI 인프라 구축 및 기술 협력 △AI 기술 공동 연구 △AI 인재 양성 및 스타트업 지원 등을 논의했으며 특히 엔비디아가 최신 GPU인 블랙웰 26만 장을 공급해 민간과 공공 AI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최대 14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엔비디아는 정부에 5만 장의 GPU를 제공하고 삼성과 SK·현대차그룹에도 각각 최대 5만 장의 GPU를 공급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 장의 GPU를 도입한다.
또 현대차와 네이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엔비디아와 함께 ‘피지컬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약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피지컬AI는 제조·로봇·자율주행차 등 실제 하드웨어가 현실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SK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생산 효율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반도체 설계도 엔비디아와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황 CEO는 이날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세션에서 “한국은 소프트웨어·제조 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라며 “세계 최대 AI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AI 주권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3강 점프 '최강 원군' 확보…李 "전 국민에 골든벨 울리길"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미국 엔비디아와 한국 정부·대기업을 아우르는 거대 AI 동맹이 결성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AI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우선적으로 공급받게 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황 CEO가 대한민국 AI 관련 투자를 시작했다고 국민들께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엔비디아가 대한민국에 투자도 확대하고 그게 대성공을 거둬서 대한민국이 모두 ‘골든벨’을 울리는 그런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한국은 이미 굉장히 깊은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며 “훌륭한 산업 역량을 지닌 나라는 한국 말고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과 이 대통령의 열정 등을 언급한 황 CEO는 “한국은 전 세계 AI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정부와 삼성·SK·현대차·네이버에 최첨단 GPU 26만 장을 공급하는데 정부가 받을 GPU 5만 장은 ‘국가AI컴퓨팅센터’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우선 투입된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30년까지 GPU 최대 5만 장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한국형 스타게이트’ 사업이다. 최근 사업자 공모에 단독 응찰한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드웨어 딜 넘어 플랫폼 동맹으로
韓 보유 GPU 5배 가까이 증가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 힘실려
韓 보유 GPU 5배 가까이 증가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 힘실려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네이버,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업스테이지 등 5개 컨소시엄도 GPU 공급의 수혜자다. 정부는 컨소시엄당 최신 GPU 1000장 이상을 지원해 각기 개발하고 있는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멀티모달 AI 개발, AI 응용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한다. 엔비디아 측은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의 전체 AI GPU 수량이 6만 5000개에서 30만 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GPU를 자체적으로 구하기 어려웠던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 기초과학과 밀접한 분야에 AI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GPU 수급은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소버린(자립형) AI’ 생태계 구축의 전제 조건이다. GPU를 더 많이 확보할수록 이와 비례하는 수준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AI 모델을 최적화해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기업 한 곳이 수십만 장의 GPU를 사들여 AI 훈련에 활용하는 미국·중국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AI 인프라가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일례로 미국 민간기업인 오픈AI가 지난해 가동한 GPU 개수는 72만 장에 달하지만 올해 정부가 추경을 통해 확보한 GPU는 1만 3000장 수준이다. 이번 공급 계약으로 이러한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양자컴 등 차세대 산업서도 협력
李 "용산 가듯 韓전역 다녀달라"
李 "용산 가듯 韓전역 다녀달라"
이번 동맹이 단순한 GPU 공급을 넘어 양자 등 차세대 산업 협력까지 포함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인프라와 함께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신약 개발 등 소프트웨어에서도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솔루션을 보유한 만큼 국내 기업들에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굴기’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한 축으로도 엔비디아와의 동맹을 활용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협력이 이뤄지는 분야는 양자컴퓨터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을 비롯한 국내 기관과 힘을 합쳐 전문가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구축 예정인 슈퍼컴퓨터 6호기와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환경 구축, 기초과학 연구에 필요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동 연구하게 된다.
양자 과학기술은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방대한 연산이 필요한 우주항공, 의료·바이오, 소재·화학 등의 산업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엔비디아는 GPU 기반의 기존 컴퓨터와 양자 시뮬레이션을 하나의 코드로 통합한 플랫폼 ‘쿠다-Q’를 보유하고 있어 양자컴퓨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억 4000만 달러에서 2033년 246억 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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