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부활하고 있다. 주요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슈퍼사이클(호황기)’에 올라탔다. 인공지능(AI) 산업 열풍으로 D램 가격이 계속 오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도 본궤도에 들어서면서 국내 증시에서 1주당 가격이 장중 9만 원까지 돌파했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력 등 잇따라 대형 공급계약을 터트리고 있다. 다음 주께 발표할 3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가 1년여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10만 원을 넘어가는 ‘10만 전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4(6세대)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하고 이르면 올해 말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까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HBM 사업에서 한 발 늦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 1800억 원으로 10조 원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4조 7000억 원까지 후퇴했다. 2분기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이 4000억 원까지 추락한 탓에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반토막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업계 관계자는 “HBM3E의 발열 문제가 해소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면서 “HBM3E에 이어 HBM4 공급도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D램 평균 판매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제품당 가격이 500달러(약 70만 원) 수준인 HBM4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영업이익 개선 폭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파운드리 사업은 8월 장기 미국 출장을 마치고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 회장의 미국 방문 직전인 7월 말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생산하는 약 23조 원의 계약을 체결했고, 8월에는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를 애플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또 이달 19일에는 데이터센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선도 기업 중 한 곳인 IBM의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칩 ‘파워11’ 위탁 생산 계약까지 수주한 사실이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맡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의 양산도 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내년 출시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의 전 모델에 엑시노스 2600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자체 칩을 사용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칩을 조립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물량 확보가 가능해진다. 엑시노스 2600의 양산이 이뤄지면 발열 문제로 2022년 이후 주문 생산을 맡기지 않았던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 1일에는 이 회장이 올트먼 CEO와 강남 서초사옥에서 만나 삼성과 오픈AI가 AI 산업 분야에서 협력하는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맺기로 협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오픈AI는 서초사옥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과 오픈AI는 ‘AI 동맹’ 수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포괄적인 협력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2029년까지 미국 전역에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공급한다.
AI 산업은 고도화될수록 추론과 학습을 위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오픈AI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웨이퍼 기준 한 달에 약 90만 장,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의 두 배가 넘은 양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연간 수십조 원(the multi-hundred-billion U.S. dollar range) 규모의 반도체를 신규로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휴대폰 사업이 호황에 들어서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영업익 ‘10조 클럽’에 복귀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을 포함한 반도체 사업의 분위기가 달라지며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예측하며 목표주가를 잇따라 1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가운데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올려잡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내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358조원, 영업이익은 66% 증가한 53조4000억원을 예상해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코스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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