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역사의 한 주였습니다. 지난주 한 주 동안 코스피 지수는 6% 급등하며 2021년 7월 6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4년 2개월 만에 갈아치웠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이 고대하던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자 ‘코스피 5000’ 기대가 다시 시장에 확산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치 달성 이후에도 코스피 지수는 고공 행진하며 현재는 ‘3400 도달'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얘기합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3400을 넘어 5000 달성을 위해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과 상속세도 낮춰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지난주 한 주 국내 증시 흐름을 되짚어보고 시장 전문가들이 말한 추가 상승 조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코스피 사흘 연속 사상 최고가 경신…외국인·기관 폭풍 순매수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 코스피 지수는 직전 주 마지막 거래일(5일) 종가 3205.12 대비 190.42포인트(5.94%) 오른 3395.54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한 주 코스피 지수는 2023년 1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9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은 물론 11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달성 이후 사흘 연속 고공 행진하며 연이은 기록 경신에 성공했습니다.
코스피뿐만 아니라 코스닥 지수도 고공 행진했습니다. 지난주 한 주 동안 코스닥 지수는 35.68포인트(4.40%) 오르며 847.08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코스닥 지수가 840을 넘은 건 지난해 7월 17일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고공 행진에 기여한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수 규모가 눈에 띕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와 약달러 기조, 미국 증시 고평가 부담이 맞물리며 외국인들의 비(非)미국 자산 투자 수요가 급증한 영향인데요.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한 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조 2108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기관 역시 2조 9346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반면 해당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7조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치우며 차익 실현에 집중했습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이 5일 연속 쌍끌이 순매수를 보이며 코스피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시사 발언이 기폭제로 작용하며 투자 자금이 몰렸습니다. 시장에서 예측만 난무하던 대주주 기준 완화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자 시장이 환호한 것인데요.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원래 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국회 논의에 맡길 것이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양도세 대주주 기준) 의견 모아보는데 대체로 원래대로(50억 원) 놔두자는 의견인 거 같다”며 “주식시장 의지를 의심하는 시험지 비슷하게 느끼는 거 같은데 끝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굳이 50억 원을 10억 원으로 내리자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말했습니다.
멈출 기미 없는 AI 반도체 호황…한중미 모두 파죽지세
이 대통령 발언과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 호황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요. 최근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에서 계약된 매출 중 아직 이행이 안 된 잔여이행의무(RPO)가 4550억 달러(약 634조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59% 늘어났다고 밝히며 투심을 자극했습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AI 산업 같은 기술주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 역시 호재로 작용 중인데요.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대를 키웠습니다.
이에 최근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국가를 막론하고 AI 반도체 관련 주가가 모두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 경쟁은 이제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전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오라클 주가는 최근 5일 동안 22.31% 급등했으며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5.90%)와 브로드컴(4.92%), TSMC(5.44%) 주가 모두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AI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 주가 역시 최근 5일 동안 13% 넘게 급등했습니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주가가 같은 기간 8.02% 올랐습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주가는 무려 17.95% 뛰었습니다.
인기를 대변하듯 지난주 한 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최상위권에는 반도체 기업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 1조 8247억 원어치와 삼성전자 주식 1조 491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순매수 3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2263억 원)와 규모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죠. 같은 기간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 1조 3105억 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는 순매수 2위 SK스퀘어(약 1297억 원)와 10배 넘게 차이 나는 규모입니다.
이제 시선은 국회로…"배당 분리과세 35%는 의미 없어, 25%로 낮춰야"
이제 시장의 시선은 국회로 향합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이 현재 정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증시 호조가 실적보다는 유동성에 기반한 장세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30에서 50 정도 수준의 평가를 받던 국내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라는 정상화를 거치며 ‘재평가’ 받으며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팬데믹 당시 상승과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지금은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다소 무관한 국내 시장의 재평가(리레이팅) 장세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법안은 상법 개정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인하 등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현재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서 제안한 최고세율 35%(지방세 포함 38.5%)은 사실상 하나마나 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당 세율이 배당소득 세액공제를 고려한 종합과세 최고 실효세율(42.85%)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에 시장은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양도소득세율(2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25%를 최고세율로 제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올 4월 발의한 상황입니다.
엄준흠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배당세 감소=세수 감소'라는 논리에 매몰되서는 안된다"며 “배당세 내리면 대주주들도 배당도 적극적으로 하고 금액도 많이 늘릴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수 확보 차원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업에 묶여 있던 돈이 자본 시장에 선순환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세보다 실물 경제에 더 도움 된다”며 배당세 인하를 적극 주장했습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7.5% 이하로 낮춰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인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을 정상화하면 세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세율 인하를 독려했습니다.
관련해 이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이 대통령은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며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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