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박사’가 편의점 에너지 음료 부동의 1위인 ‘몬스터’도 제쳤어요. ‘박카스’처럼 얼박사도 오래 사랑받는 음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재형(사진) GS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최근 서울 강남구 GS리테일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음료 카테고리에서 차별화된 상품으로 높은 매출이 나오는 건 자체브랜드(PB)였던 ‘지리산맑은샘물’ 말고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얼박사는 얼음 컵에 자양강장제인 박카스와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편의점 꿀조합을 정식 상품으로 만든 음료다. 6~7년 전부터 소비자들이 피로 회복 및 숙취 해소를 위해 편의점에서 따로따로 구매해 섞어 마시는 것으로 인기가 높았다. 이에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박카스를 제조하는 동아제약과 함께 공동 개발에 착수, 올해 6월 말 완제품을 출시했다.
유 MD는 “10·20대가 얼음과 같이 산 제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년 동안 박카스·사이다 조합이 1위를 차지했다”며 “PC방·찜질방에서는 자체적으로 제조해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음료의 재료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지만 완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60년 넘게 ‘국민 음료’로 자리매김한 박카스는 높은 인기에 비해 컬래버한 상품이 드물다. 박카스를 활용한 컬래버 상품으로 박카스 맛 젤리가 유일할 정도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아제약에서 꼼꼼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얼박사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박카스를 활용해 만든 상품이다. GS25가 소비자의 박카스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아제약을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사이다 맛을 구현하는 것도 난제 중 하나였다. 소비자가 따로따로 구매해 섞어 마실 때는 사이다를 구입하면 되지만 완제품으로 출시되려면 사이다 맛까지 구현해야 했다. 유 MD는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소 5톤을 버렸다”며 “정식 공장으로 돌려보기 전에 파일럿으로 계속 만들어보고 시도했다”고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든 얼박사 완제품은 소비자가 개별로 섞어 먹을 때보다 탄산감과 청량감이 더 뛰어난 게 특징이다. 유 MD는 “완제품이 출시되기 전에는 소비자마다 사이다를 더 넣거나 덜 넣는 등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배합이 달랐다”며 “대부분 소비자들이 선호하면서 동시에 탄산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최적의 배합을 바탕으로 완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얼박사는 6월 25일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캔을 돌파했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20대가 제일 많고 30대, 40대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비중이 7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로 톨게이트·대학가 등에서 많이 팔렸다. 그는 “박카스가 남성·여성 구분 없이 인기가 많은 것과 달리 얼박사는 에너지 음료 성격이 강해 남성 손님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택배 기사 등 반짝 에너지를 내야 하는 일을 하는 분들 사이에서 인기가 특히 많다”고 덧붙였다.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얼박사를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음료를 제조할 캔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다.
소비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얼박사 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다른 이온 음료를 추가로 섞어 마시는 등 끊임없이 응용된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다. GS25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면서도 당분간 얼박사의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유 MD는 “음료는 특정 제품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충성도가 높아 히트 상품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은 분야”라며 “이색 상품이 장기간 매출을 내기 쉽지 않지만 얼박사가 꾸준하게 잘 팔리는 브랜드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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