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올해 상반기 강한 회복세 속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는 4일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시장 중간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하반기부터 시장에 더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라자드는 1848년 설립 이래 전 세계 기관 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투자은행, 자산운용 및 기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자문 및 자산 관리 회사다. 로널드 템플 라자드 시장전략 수석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 흐름이 예측 가능한 궤도를 따른다는 착각은 위험하다”며 “특히 무역, 이민, 재정, 연준(Fed) 정책이 구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무역 정책 변화가 주요 변수로 꼽혔다. 미국의 가중 평균 수입관세율은 연초 2.7%에서 7월 18.7%까지 급등했고, 이달 ‘상호 관세’ 유예 종료로 본격 부과가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로 개별적인 관세 협상을 하는 한편 의약품, 반도체, 구리 등 전략 산업에 대한 개별 관세도 확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관세율이 1%포인트 오르면, 코어 인플레이션은 약 10bp(1bp=0.10%) 상승한다. 이는 실질소득 감소와 함께 국내총생산(GDP)·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다.
이민정책도 주요 변수로 언급됐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 시행 시 미국 역사상 두번 째로 큰 규모의 불법이민자 추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약 130만 명의 노동자 추방시 노동력 부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국 GDP가 1.2%포인트 하락, 인플레이션은 최대 60bp까지 뛸 수 있다는 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와 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OBBBA 시행과 감세정책 지속 시, 미국 재정적자는 향후 10년간 최대 5조 5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수가 감소하고,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비용이 커져 재정 적자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 전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현실화되면, 달러 자산 이탈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미국 외 지역에 대해서는 유럽은 인프라 투자와 국방지출 확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200bp)로 내년 점진적 회복세에 진입이 예상되고, 일본은 인플레이션 안정 속에 구조개혁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무역 압박과 내수 부진으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템플 수석은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별개라는 경험이 쌓였지만, 이제는 그런 ‘미국 예외주의’의 끝을 고민해야 할 시점”며 “투자자들은 이 큰 흐름의 전환을 감지하고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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