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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14일 체험 후 맘에 안 들면 반품?"…네이버에 뜬 황당 광고, 정체는 [이슈, 풀어주리]

‘14일 체험제’…동물보호법 위반 소지 있어

포털에 노출된 광고…누구나 쉽게 접하는 구조

유기·파양 악순환 우려…전문가 “규제 시급”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한 동물분양업체가 ‘14일 키워보고 결정하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동물분양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한 동물분양업체가 ‘14일 체험 입양제'를 내세워 2주 동안 반려동물을 체험한뒤 구매를 최종 결정하라는 광고를 진행해 동물을 반품 가능한 상품처럼 취급한다는 비판과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광고는 업체 홈페이지뿐 아니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도 게시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태다.

문제의 A동물분양업체는 홈페이지에 '무료 임시 체험제도'를 광고하며 "무분별한 분양과 유기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광고에는 "평생 함께할 우리 아이, 걱정 없이, 부담 없이 먼저 키워보고 확실하게 입양하세요"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광고 내용에 따르면 체험 기간 동안 발생하는 비용은 무료로, 14일간 함께 지낸 뒤 반려동물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반환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선택을 돕는 제도로 포장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물을 ‘시험 사용’ 뒤 반품할 수 있는 상품처럼 다루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14일만 키우고 반환”…사실상 반품 구조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권유림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구매자의 책임 있는 선택을 유도하는 제도로 포장되지만 광고 문구에서 체험 후 반품·교환이 가능하는 식의 표현은 반려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소비재 또는 시제품으로 취급하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며 "이는 동물보호법 제1조 목적 규정과 제3조 생명존중의 원칙, 제9조 제3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14일 체험' 광고를 직접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동물보호법 제10조 제5항 제3호에서 규정한 '광고 등의 상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와 유사하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광고는 법적 문제뿐 아니라 동물 복지 측면에서 우려도 크다. 권 변호사는 "반려동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14일 만에 환경이 다시 바뀌면 심각한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동물분양업체가 ‘14일 키워보고 결정하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동물분양업체 홈펨이지 갈무리


동물보호법 제9조 제3항은 '소유자는 동물을 다른 장소로 옮긴 경우 새로운 환경 적응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동물 체험제는 구조적으로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권 변호사는 위반 시 처벌규정이 없다는 한계도 언급했다.

잦은 체험과 반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동물의 질병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가능성도 있다. 권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제10조 제4항 제2호는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및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목줄, 위생·건강 관리를 위한 사항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관리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3호는 이로 인해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체험과 반환 과정에서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를 고려하면 해당 조항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이 광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보호소 수용 한계 때문에 비영리 단체가 구조견을 임시 보호 가정에 맡기는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영업자가 '키워보고 결정하라'는 것은 영업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본질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자는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동물이 해당 가정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며 "결국 '키워보다 마음에 안 들면 돌려줘도 된다'는 인식을 조장해 사실상 반품 제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유기동물 여전히 10만 마리…관리비는 역대 최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기동물 발생 수는 총 10만6824마리(유실동물 포함)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2019년 13만5000여 마리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간 10만 마리가 넘는 개체가 보호소에 입소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래 주인에게 반환된 비율은 11.4%(1만2188마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동물등록이 돼있지 않아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거나 버려진 경우다.

그 결과, 입양되지 못한 채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율도 높다. 자연사와 안락사를 합한 비율은 46.0%로, 입소 동물의 절반 가까이가 보호소 밖을 나가지 못한다.

유기동물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관리 비용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4년 유기동물 관리에 투입된 세금은 전년 대비 24.2% 늘어난 464억 원을 넘어섰다. 한 마리당 평균 소요 비용은 4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조 대표는 "동물은 며칠만 함께 있어도 보호자에게 애착을 형성한다"며 "14일 만에 환경이 바뀌면 반복적인 스트레스와 행동 장애를 겪게 된다. 영리 목적의 체험 입양은 동물을 돌려막기하듯 옮기는 것과 같아 매우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곧 '키워보다 아니면 안 키운다, 즉 버려도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강아지 번식장 현장.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강아지 번식장 현장.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 반려동물 체험제, 규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체험 입양제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 변호사는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체험 입양을 직접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며 "체험 기간·횟수·방법 등에 대한 제한과 판매업자의 반복 분양 행위를 등록 취소 사유에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입양 전 반려동물 교육을 의무화해 입양과 반환을 예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규제가 마련되면 좋겠지만 사실상 임시 입양 제도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전반에 '생명을 반품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강한 사회적 질타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댕댕이 14일 체험 후 맘에 안 들면 반품?"…네이버에 뜬 황당 광고, 정체는 [이슈, 풀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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