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47일이 지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조직 재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금융위원회를 제외하면 정부 경제팀 중 유일하게 리더십 공백을 겪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할 일은 많은데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어 업무 속도가 너무 늦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세종시 관가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초대 공정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여러 후보자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요구한 공정위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임명이 지연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서 “인사가 조속히 나서 업무 방향도 빨리 잡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정위에서 내부 조직 확대와 기능 재정비, 주요 정책 등을 추진해야 하지만 새 공정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추진 동력 역시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 장관 인선이 일찌감치 마무리돼 경제 부처 장관급 인사 중에 공정위가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인사라는 점도 내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역대 진보 정부가 공정위원장을 빠르게 지명하며 기업 개혁을 서둘렀던 것과도 정반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일주일 만에 ‘재벌 저격수’로 통했던 김상조 전 위원장을 전격 지명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장관급 인사 중 첫 번째 인선 대상이었고 그만큼 문재인 정부 내 공정위 위상이 컸다. 기업집단국 신설 등으로 인원도 54명 늘어나며 최대 규모의 증원도 이뤄졌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용산에서 공정위에 대한 관심이 덜해 한기정 위원장이 9월 15일까지 임기를 채우고 나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정위는 하도급국·플랫폼국·경제분석국 신설, 경인사무소 신설, 100명 증원 등 조직 확대 개편을 두고 국정기획위원회와 소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장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 확대 개편도 아무래도 힘을 받기 어렵다”며 “새 정부 철학에 맞는 새로운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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