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시장이 분위기가 좋다지만 여전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분들이 많습니다. 오후 10시 30분부터 개장하는 정규 시장 때문에 밤 잠을 설치는 분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중단된 주간 거래가 언제 재개될지, 지난해 주간 거래가 중단되면서 발생한 투자자 피해는 어떻게 처리될지 등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3국은 최근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에 따라 발생한 손실에 대해 증권사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까지 각 증권사 실무자들과 논의를 지속하면서 귀책 사유를 따졌는데요. 증권사들은 투자자 손실에 대해 블루오션의 사전 협의 없는 중단에 따라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여 증권사들의 책임이 없다고 매듭 지은 것입니다. 금감원의 결론은 조사를 개시 한지 1년 만입니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는 지난해 8월 5일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가 청산될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단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블루오션이란 ATS를 통해 주간 거래를 해왔는데요. 주문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블루오션 측에서 거래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발생하자 금감원은 즉시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주문 취소로 인한 피해액은 총 6300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증권사들은 단서 조항에 명시된 과실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데요. 최근까지도 투자자들에게 “블루오션의 일방적 거래 취소에 따른 정규시장 거래지연으로 보상 검토는 불가능하다”고 공지했습니다. 금감원마저 증권사의 책임이 없다고 결론지으면서 투자자들은 단체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투자자들은 블루오션의 거래 취소를 문제 삼는 게 아닌 증권사마다 시스템 복구 시점이 달랐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일부 증권사의 시스템 복구는 데이마켓(데이마켓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뿐만 아니라 프리마켓(오후 6시~11시 30분)까지 이어지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또 블루오션의 거래 중단 이후 각 증권사의 시스템 복구 시점이 1시간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시스템 복구가 지연되며 폭락장에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은 거래 복구 지연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는 자율 조정을 통해 보상하겠다고 했는데요. 개별적 합의가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주간 거래 재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주간 거래 재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블루오션의 주간 거래 중단 사태를 금융투자협회를 거쳐 대응했는데요. 금투협에서는 블루오션 측에 재발 방지 등을 명문화하는 것을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에 찾아와 사과했지만 명문화에는 선을 그은 것인데요. 금투협의 이 같은 요청이 관철되지 않자 주간 거래 재개가 지연되는 양상입니다. 블루오션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월 25만 달러(한화 약 3억 원)의 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금액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블루오션 외 브루스ATS, 문ATS 등 최근 새로 생긴 미국 대체거래소도 선택지로 있으나 역시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들은 블루오션에 비해 업력도 짧고 거래량이 미미해 안정성을 기대하기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3개사와 복수 계약을 체결하면 2·3중 장치로 거래 중단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주문체결 취소’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증권사들의 입장도 분분합니다. 내년 뉴욕증권서래소(NYSE)와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도입하니 안정된 시장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증권사가 9곳, 당장 거래 재개 준비를 시작해 연말부터라도 서비스를 재개해야 한다는 증권사가 9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YSE는 24시간 거래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았으며 중앙예탁결제기관(DTC)과 같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거래 안정성이 담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나스닥도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추진하는데요. 나스닥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미국 시장의 잠재력을 끌어내다(unlocking the potential of us markets)’는 이름으로 콘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나스닥이 국내에서 이 같은 대형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나스닥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각 증권사들과 파트너십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국내 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나스닥은 거래 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한국 시각 기준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5시)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해외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4시간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장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국내에서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보관액이 지난해 최초로 1000만 달러를 넘어선 바 있는데요.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면 기존에는 야간에만 거래가 가능했던 한국에서도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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