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에서 입법 자제를 호소했던 노란봉투법이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 불분명해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6개월의 준비 기간이 있다”며 “노사 의견을 계속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 통과로 큰 불안에 휩싸였다. 벌써부터 다수의 국내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는 하청 업체들이 원청 업체들을 상대로 파업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철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는 21일 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본사로부터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잖아도 각종 규제, 노사 갈등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 한국 시장 기피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기업의 우려를 불식하려면 정부는 6개월 유예기간 동안 보완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둘러싼 산업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대체근로 허용 등 주요 선진국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용자의 방어권을 입법해 노사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내외 기업의 엑소더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처럼 ‘일단 해보고 (원청 부담이 커지는) 그런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인식은 기업의 불안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노란봉투법 탓에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찍혀 기업들이 줄줄이 떠나버리기 전에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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