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이 파생상품(TRS)을 통해 재무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60억원대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계열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그룹 차원의 신용도를 동원한 거래가 사실상 지급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낳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6일 공정위는 CJ(지주사)와 CJ CGV가 2015년 계열사인 CJ건설과 시뮬라인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RCPS)의 자금 유치를 위해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내부 지원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자본잠식 상태로, 시장에서 고금리 외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CJ와 CGV는 TRS 계약을 통해 각각 500억 원(CJ건설), 150억 원(시뮬라인) 규모의 자금을 이들 계열사가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신용도가 전면에 내세워져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TRS는 자산에서 발생한 손익을 서로 교환하는 구조의 파생상품이지만 공정위는 이번 사례에서 TRS가 실질적으로는 계열사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수단으로 기능했으며, 전환권 행사도 제한돼 투자로서의 성격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CJ그룹 측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65억4,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로는 △CJ 15억7700만 원 △대한통운(구 CJ건설) 28억 4000만 원 △CGV 10억 6200만 원 △CJ 4DX(구 시뮬라인) 10억 6200만 원이다.
이번 조사는 참여연대가 2023년 8월 “CJ그룹이 TRS 계약을 악용해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데서 출발했다. 이후 공정위는 본격적인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해 약 2년 만에 제재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CJ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CJ그룹 관계자는 “해당 자회사들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었을 뿐 공정위가 판단한 수준의 위기는 아니었고, 공정거래를 저해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TRS는 다수 기업들이 활용해온 합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번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한 후 신중히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금융거래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계열사 지원인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우회적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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