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이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집값을 잡는 가장 확실한 대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두고서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종부세율 인상 및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율) 상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세금 인상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종부세율 상향은 물론 공정시장가액비율만 건드려도 서울 중산층·중도층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라 정부가 직접 추진하기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60%인 공시가율을 80%로 인상할 경우 전용 84㎡ 반포자이의 종부세는 연간 600만 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기재부와 여당 내부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세제를 건드렸다가 표심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종부세 인상으로 서울 민심을 잃어 정권 교체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본다”며 “종부세율 조정만큼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기재부에 종부세 인상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추석 연휴 직전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 입장으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차관급 회의에서도 세제 논의가 주요 안건으로 올라왔는데 국토부가 세제 대책을 언급하며 기재부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규제 확대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비세제적 수단을 먼저 동원한 뒤 세금은 나중에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번 후속 부동산 대책에서 세제 카드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가 집값이 더 오를 경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거기에다 기재부가 이번 정부 들어 정책 조정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책 발표마다 참석만 하는 부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부동산 세제 발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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