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이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집값 기대 심리는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우선순위도 금융 안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으로 전월보다 9포인트 상승해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로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뒤의 주택 가격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수가 100을 상회하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이들의 비중이 더 크다는 의미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이 지수는 약 8개월 후 실제 집값과 0.78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향후 집값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소 매파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동발 환율 변동과 국제유가 충격 등 외부 요인들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그에 따른 가계부채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이러한 우려가 최근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범위 중간에 위치해 있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상태를 말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중립금리가 중간에 있다는 것은 기준금리가 당분간 2%대 밑으로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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