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과 글로벌 안보를 논의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로 떠났다. 힘을 앞세워 이스라엘·이란 휴전을 이끈 기세를 바탕으로 모든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P·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로 출발했다. 이번 순방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를 이유로 25일 오전 북대서양이사회(NAC) 본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오후에 예정된 한국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의 특별 회동에 불참하기로 했다. 앞서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IP4 정상이 만날 예정이라고 안내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란 휴전 성과를 뽐내면서 모든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GDP 5% 수준으로 높이라고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우크라이나 종전 시도를 계기로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겁박하며 회원국의 국방비 부담액을 GDP의 4~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조기 귀국하면서 각국 정상들과 별도 회담을 갖지 못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위가 거세지자 나토 32개 회원국도 정상회의 직전 2035년까지 방위비 부담금을 GDP의 총 5%로 끌어올린다는 지침에 겨우 합의했다. 세부적으로는 방공망, 전투기, 무인기(드론) 등 국방 핵심 분야에 연간 GDP의 3.5%를 투자하고 기반시설과 방위산업 등 관련 분야에 GDP의 1.5%를 투입하는 내용이다. 애초 뤼터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목표 달성 시점을 2032년으로 설정한 안을 제안했다가 국방비 급증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이탈리아·영국 등의 상황을 반영해 이를 2035년으로 미뤘다. 이에 스페인·벨기에·슬로바키아 등은 뤼터 사무총장이 정상회의에서 합의 내용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면제’ ‘유연성’ 등을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들의 합의를 모두 끌어내는 것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최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나토 정상회의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유럽의 국방 지출과 관련해 “스페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토 회원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이란 대응 방식을 두고 내분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23일 자국의 NTB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겨냥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노르웨이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도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지 않도록 하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공격이 법적 근거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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