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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규제 혁신이 창조한 'K뷰티 신화'

■윤홍우 사회부장

규제 혁신 후 폭발 성장한 화장품 산업

기획·판매와 제조 분리로 OEM 급팽창

KDI "진입장벽 제거해 경쟁 복원" 평가

대·중소 편가르기식 규제 대부분 실패

李정부 '진짜 성장' 해법은 규제 혁신





국내에서 불과 5년 만에 사업체 수가 10배가량 증가한 신기한 업종이 있다. 바로 화장품 산업이다. 2011년 1600개에서 2016년 1만 5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해당 산업 매출액 역시 7185억 원에서 1조 5558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현재 국산 화장품이 이끄는 K뷰티 산업은 반도체·조선·자동차에 이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수출 효자 산업으로 등극했다.

이 같은 드라마틱한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결은 규제 혁신에 있었다. 2012년 화장품법 전부개정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막강한 경쟁력으로 바꿔 놓았다. 당시 법 개정의 핵심은 제조판매업자 제도와 원료 네거티브제 도입 등 두 가지가 꼽힌다. 이는 지금까지도 규제 관련 정책을 연구해온 민관 전문가들 상당수가 공인하는 국내 규제 개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2년 전까지만 해도 화장품의 품질·안전 관리 책임은 유통업자가 아닌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업자에게 있었다. 화장품 유통은 보통 소비자와의 대면 영업을 통해 이뤄지는데 품질·안전 책임을 제조업자에게 묻다 보니 제조업자는 제품 개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유통업자는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 많은 유통업자들이 고비용을 감수하고 직접 생산 설비를 구축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판매업자 제도 도입으로 최종 판매자가 직접 품질 및 안전 책임을 지게 되면서 화장품 시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기획·마케팅·판매와 생산이 분리되는 제조사주문생산(OEM)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기획력만 있다면 누구나 화장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었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다 보니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와 같은 OEM 기업 신화가 탄생했다. 여기에 금지 목록만 아니라면 자유롭게 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한 원료 네거티브제 도입으로 화장품 기업들의 신원료 연구개발에도 불이 붙었다.



이 같은 화장품 산업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유망산업의 성장요인’을 분석한 201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지금 시점에서도 재차 곱씹어볼 만하다. 당시 KDI는 화장품 규제 혁신의 백미는 ‘시장의 진입 장벽을 제거하고 경쟁을 복원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유망 산업 육성에 있어 해당 산업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장 제도의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그런 규제 혁신만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정부가 산업을 직접 보호하겠다며 만든 규제 정책들은 대부분 실패를 거듭했다. 2012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포장두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며 대기업이 포장두부 시장에서는 지정 당시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에 대기업들은 매출액 한도를 유지하기 위해 국산 콩 대신 저렴한 수입 콩 제품을 늘렸고 이는 국산 콩 가격 하락과 생산 농가의 피해로 이어졌다. 수입 콩 제품을 주력으로 삼아온 중소기업들도 경쟁이 심화되며 되레 수익성이 악화했다. 잘못된 규제가 산업을 망친 대표적 사례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성장을 위해 규제 혁신을 추진한다고 거듭 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멘토인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10대 기업 외 새로운 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경제의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성장을 다시 이끌 새로운 모멘텀을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으나 규제에 막혀 진가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산업 분야를 찾아 걸림돌을 빼내고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제 2의 화장품 산업’으로 키우는 것만큼 빠른 길은 없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과거 정부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 편을 가르는 방식의 규제 정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규제 혁신의 선구안을 가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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