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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부' 임기 내 부채비율 급등 우려…재정건전성 비상등

■이재명 재정공약 살펴보니

장기론 재정안정성 피력했지만

"예산증가율에 잠재성장률 반영"

단기적으론 확장재정 치중할듯

구체적 지출 구조조정안은 없어

나랏빚 더 늘어 '부실재정'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공개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집을 재정 측면에서 요약하면 ‘확장재정’과 ‘의회 권한 확대’로 압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적인 약속도 담겼지만 세수 확대 방안이나 지출 구조조정 내용은 거의 들어 있지 않아 국가부채가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정부 내부에서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정부의 5년 단위 재정 운용 전략을 담는 장기 계획으로, 대통령이 매년 직접 회의를 주재해 승인할 정도로 중요 안건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정부 제출 이전에 국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고의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기본은 민주당이 보고를 받아주지 않아 9개월 넘게 지연됐고 원전 건설 계획도 축소시켰다”며 “국가재정전략도 이런 방식으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본예산 편성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겠다고 공약에 명시한 것도 사실상 확장재정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대에 그칠 정도로 이미 상당 수준 내려간 상태에서 성장률을 예산 편성에 반영하면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충격과 구조적인 내수 침체,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간 0.8%로 전망했고 한국은행도 2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대로 내릴 것이 유력하다.



물론 성장률이 낮을 때는 재정을 풀어 경제 전반에 자극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출 확대 전략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성장률 제고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고 하는 지방교부금이나 복지 지출은 승수효과가 1에도 미치지 못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약집에 명시된 재정지출 확대 공약은 대부분 복지 지출에 집중돼 있다.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발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발행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현행 19.24%인 지방교부세 비율(내국세 기준)도 확대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국가부채 확대와 부실 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4년을 기준으로 367조 3000억 원의 국세가 걷혔지만 이 가운데 230조 6000억 원이 지방이전 재원으로 활용됐다. 결국 중앙정부의 가용 재원은 136조 7000억 원에 불과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7대23이었으나 지방교부세가 배부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가용 재원 비율은 29대71로 역전됐다.

게다가 재정 사업을 확대하면 국가부채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1%로,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면 48.4%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월 내놓은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매년 상승해 2030년 55.3%, 2040년 80.3%, 2050년 107.7% 등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재정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경우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자칫 이재명 정부 임기에 ‘데드라인’ 60%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라는 구조적 지출 증가 압력을 안고 있어 추가적인 재정 확대는 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외국인투자가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출 구조조정, 세수 기반 확충 등을 통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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