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한우 가격이 높은 반면 농가에서는 소를 키울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비는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해 경락가격이 하락하면서 농가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의 마리당 순손실은 161만 4000원으로 1년 전(142만 6000원)보다 18만 8000원(13.2%) 증가했다. 한우 비육우 한 마리를 팔았을 때 얻는 총수입은 평균 845만 2000원인데 사육비가 1006만 6000원이 들어 마리당 161만 4000원의 손해를 보는 구조다. 한우 비육우의 마리당 순손실은 △2022년(68만 9000원) △2023년(142만 6000원) 등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순손실이 증가한 데에는 경락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자가노동비는 증가했지만 배합사료 단가가 하락하면서 사료비는 감소했다. 비육용 배합사료 단가는 지난해 1㎏ 당 542원으로 전년(586원) 대비 7.5% 떨어졌다. 그러나 한우 비육우의 경락가격이 1㎏ 당 1만 7963원으로 전년(1만 8619원) 대비 3.5% 감소하면서 마리당 수익성은 더 떨어졌다.
경락가격 하락은 공급 과잉 탓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축산관측을 통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감소하지만 공급 과잉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농경연은 올해 한우 수급 단계를 ‘심각·경계’ 수준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낮은 도매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래 수급 안정을 위해 사육규모 조절 사업 시행 및 한우 소비촉진 사업 병행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매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소비자가격의 절반 가량이 유통비용인 만큼 도축, 가공, 운반 등 단계마다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우 ‘1+’ 등급 도매가는 1㎏에 1만 5633원으로 전주(1만 7350원)에 비해 9.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한우 가격은 ‘1+’ 등급 안심을 기준으로 100g 당 1만 2709원에서 1만 2853원으로 1.1% 올랐다. 양지와 갈비 등 다른 부위도 오름세를 보였다.
한편 지난해 한우 번식우(새끼를 낳기 위해 기르는 소)의 순손실은 111만 5000원으로 전년(127만 6000원)보다 16만 1000원 개선됐다. 육우 생산비 또한 지난해 180만 8000원 적자를 봤지만 전년보다는 21만 2000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젖소는 마리당 215만 원, 비육돈은 3만 2000원의 순수익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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