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의 재무 건전성이 신용등급 강등 압박을 받고 있는 국내 2차전지 기업보다 월등히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6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달한 닝더스다이(CATL)는 풍부한 유동성, ‘마이너스’ 순차입금 등 탄탄한 재무구조와 높은 수익성 덕에 투자 매력이 수직 상승하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발목이 잡히며 주가뿐만 아니라 재무 건전성 부문에서도 비상등이 켜졌다.
22일 LS증권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373220)·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006400))와 중국 배터리 3사(CATL·BYD·CALB)의 재무 건전성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6개 회사 가운데 재무 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기업은 CATL이었다. 2024년 말 기준 CATL의 순현금은 22억 달러(약 3조 375억 원)에 달했으며 유동 비율 역시 160.8%로 100%를 크게 웃돌았다. 비야디(BYD)는 CATL 대비 유동성은 74.7%로 낮았지만 부채 비율이 21.6% 수준으로 역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CATL과 BYD 모두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라는 점이다. 2024년 말 기준 CATL의 순차입금은 -220억 900만 달러, BYD는 -137억 8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로 사실상 차입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셈이다.
반면 국내 기업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유동 비율은 각각 96.3%, 95.2%로 100%를 하회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순차입금이 208억 6900만 달러(약 28조 8013억 원)로 6개 기업 중에서 가장 높았다.
수익성 부문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추정치를 살펴봤을 때 CATL이 22.6%로 6개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8%로 2위에 올랐으며 CALB(16.8%), 삼성SDI(15.4%), BYD(13.2%) 순으로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5.7%로 유일하게 10%를 넘지 못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업종의 수익성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조기 폐지 등 업황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사들 대비 국내 기업의 재무 건전성·수익성 비교와 이에 따른 추가적인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미 삼성SDI는 1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전기차 캐즘에 발목이 잡히며 수익성뿐만 아니라 주가마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1.08%(3000원) 내린 27만 4500원에 마감했다. 장중 26만 8000원까지 추락하며 또다시 사상 최저가를 갈아 치웠다.
반면 CATL은 이달 20일 홍콩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상장 첫날에만 공모가 대비 16% 급등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20일과 21일에 거쳐 CATL 4056만 달러(약 559억 7063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로써 CATL은 2거래일 만에 이달 기준 홍콩 증시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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