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해 고령층의 자영업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퇴직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수익성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에 굳이 나설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은이 15일 발표한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이라는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2015년 142만 명이었던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라 2032년에는 24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수 중 고령층 자영업자의 비중은 5.4%에서 9%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령 자영업자는 다른 연령대보다 창업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주로 숙박·음식, 운수, 도소매업 등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에 민감한 취약 업종에 몰리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폐업 후에는 재취업이 쉽지 않아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은퇴 후 자영업을 시작한 고령자의 46%는 월평균 연금이 79만 원에 불과하며 주 46시간 이상 일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로 분류됐다.
한은은 고령층 자영업자가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부채비율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에도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령층이 생계 유지를 위해 자영업에 몰리는 만큼 한은은 적정 수준의 급여만 유지된다면 자영업 대신 안정적인 상용직 일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임금 체계 개편과 함께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가 60세 이후 기존 소득 수준을 적절히 조정해 계속 근로할 수 있다면, 소득이 이전보다 낮아지더라도 임금 일자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로냈다. 예를 들어, 60~64세에는 정년 전 소득의 60%, 65~69세에는 40% 정도를 받으면 자영업 소득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반대로, 자영업에 진입할 경우 초기 창업비용과 전환비용이 크기 때문에, 계속 근로가 보장된다면 상용직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한은은 서비스업 구조 개편과 지방 중소기업과의 인력 매칭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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