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미국 지역은행 부실 대출 우려를 한꺼풀 벗으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31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공언한 점도 투자 심리를 호전시켰다.
17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8.37포인트(0.52%) 상승한 4만 6190.6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4.94포인트(0.53%) 뛴 6664.01, 나스닥종합지수는 117.44포인트(0.52%) 오른 2만 2679.97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가운데는 엔비디아가 0.78% 오른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0.39%), 애플(1.96%), 메타(0.68%), 구글 모회사 알파벳(0.73%), 테슬라(2.46%), 넷플릭스(1.33%) 등이 강세를 보였다. 아마존(-0.67%), 브로드컴(-1.36%) 등은 상승장에서도 하락했다. 전날 2030년까지 클라우드 매출을 지금의 10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해 주가가 올랐던 오라클은 일부 월가 전문가들이 회사의 장기적 전망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6.93% 급락했다. 반면 미국 신용카드 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3분기 실적이 급증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7.27% 급등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전날 주가에 악재가 됐던 미국 지역은행 부실 대출 우려를 하루 만에 극복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미국 증권사인 베어드는 “지역은행이 잠재적으로 직면할 대출 손실 규모를 고려할 때 자이언스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퍼스트브랜즈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폭락한 제프리스의 하락률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오펜하이머는 이날 제프리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Perform)’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으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역은행 부실 대출 우려로)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만한 전이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힘입어 전날 10% 이상 하락했던 자이언스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의 주가는 이날 5.84%, 3.07%씩 반등했다. 제프리스도 6%가량 주가를 회복했다.
앞서 자이언스뱅코프는 지난 16일 완전 자회사인 캘리포니아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도 사모투자 회사인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태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갈등 우려를 일부 불식시킨 점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과의 관계는 괜찮을 것이고 시 주석과 2주 내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취재진에게 “시 주석과 몇 주 후에 한국에서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157%의 관세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08달러(0.14%) 오른 배럴당 57.54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만간 헝가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소식과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할 가능성을 제기한 점이 유가에 혼재돼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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