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자국 법원의 제동에도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신설 사업에 대한 계약을 사전 승인했다. 계약 중지 가처분이 취소되는 대로 한국과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두코바니 원전 최종 수주를 자신하는 것은 물론 “체코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함께 가야 할 우군”이라며 양국 협력을 통해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코 정부는 7일(현지 시간) 내각 회의를 열고 가능한 시점에 신규 원전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했다. 체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무효화하는 즉시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인 두코바니Ⅱ원자력발전소(EDUⅡ)가 최종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절차를 미리 처리해둔 것이다. 체코는 본계약과 무관하게 한수원이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 행정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법원이 계약 체결을 허가하는 즉시 관련 업무를 완료하고 싶다”며 “단 하루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체코가 K원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의 원전 건설 사업을 추가로 수주할 때 체코 현지 공급망이 도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안 장관은 이날 프라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공사 예정인 원전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4기의 원전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체코 원전에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까지 고려하면 국내 생태계가 부품·장비 조달을 다 해내기 버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국형 원자로(APR-1000)의 설계에 맞는 부품을 납품해 본 현지 협력사를 육성할 경우 안정적인 원전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코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 증기터빈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다파워는 1869년에 설립된 정밀기계 회사로 유럽 전력 시장에서 꾸준히 터빈과 같은 핵심 장비를 납품해왔다. 두산중공업은 2009년 스코다파워를 인수하며 터빈 원천 기술 확보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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