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에 걸친 산업화로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차전지 제조·사용·재활용 방식을 규제하는 유럽연합(EU) 배터리 규정과 시멘트·전력·비료·철강·알루미늄·수소 등 6개 품목의 탄소 저감을 유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일부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형성된 범지구적 탄소 중립 흐름이 온전히 역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장동훈 렘코 대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규제 강화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정착할 것”이라며 “탄소 중립을 유도하는 각국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1년 설립된 렘코는 철강·건설·화학 등 각종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다시금 산업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수거·선별·처리해 공급하는 재생 원료 기업이다. 철강 산업에서 특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주로 제강 기업의 압연(철강을 성형·가공하는 것) 및 절단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부산물)를 처리해 제철 기업에 공급한다. 철 슬래그는 철강 제품의 완성 단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제철 공정 초기 단계의 주원료가 되는 철광석보다 철(Fe) 함유량이 높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일본에서는 신일본제철과 JFE가 이를 주목해 렘코와 협업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1.83톤으로 철강은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7~9%를 차지한다. 철광석은 최소 1535도의 열을 가해야 쇳물로 바뀌어 고열을 내는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다량 쓰인다. 김 대표는 “철강 산업은 EU CBAM 등 각종 환경 규제의 주 타깃이 되고 있는데 그런 만큼 순환 자원을 활용하고 친환경 공정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철광석 사용량을 줄이면 원석 채굴·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줄일 수 있어 규제 준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렘코는 올 상반기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다. 산업 폐기물을 처리해 재생 원료로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꾸준히 흑자를 낸 결과 기업공개(IPO)까지 도전하게 됐다. 렘코의 지난해 매출은 400억 원, 영업이익은 28억 원이다. 김 대표는 “철강 재생 원료 사업은 슬래그를 처리해 공급하는 비용이 철광석을 새로 채굴·보관·운송하는 비용보다 낮아 글로벌 철강사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들과 협력하면서 제조업 분야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렘코는 철광 산업뿐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시멘트 산업에서도 쌍용C&E·한일시멘트·성신양회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환경 규제 흐름을 타고 재생 원료 사업은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산업에서는 이미 재활용 사업으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DS단석 등의 기업이 있다. 지난 수년간 EU·일본 등이 철강·시멘트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친환경 산업 전반에 걸쳐 상장에 도전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새로운 재생 원료 물질을 발굴하고 사업을 해외로 본격 확장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종합 재생 원료 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중장기 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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