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임대아파트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잠잠하던 ‘임대아파트 혐오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임대아파트는 국가가 저소득 시민을 위해 저렴한 임대 조건으로 주거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최근 방화 등 강력 사건이 벌어지자 잠시 사그라들었던 혐오의 시선이 다시 임대아파트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방화로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방화 용의자는 층간소음으로 이웃들과 평소 갈등을 빚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농약 분무기를 사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동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은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도 신경쓰이는 처지자. 사건이 발생한 동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저소득 시민을 위해 저렴한 임대조건으로 제공하는 공공임대아파트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임대아파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방화 용의자가 2년 가까이 해당 아파트 3층에 거주하면서 이유 없이 이웃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거나 윗집과 쌍방 폭행을 벌이는 등 자주 난동을 피웠다며 임대아파트 입주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 시민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욱 높다”며 “임대아파트가 해당 단지 이미지를 다 망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안인득이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방화한 뒤 대피하는 시민들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재차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안인득 사건도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했다”며 “괜히 일반 거주민들이 임대동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 물량과 임대 물량을 같이 시공하는 정책인 ‘소셜믹스’에 대한 불만도 다시 터져나오는 추세다. 임대동과 분양동을 다른 색깔로 칠하거나, 분양가구 주민들이 임대가구 주민들을 상대로 놀이터나 도서관 등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등 각종 차별 문제는 이미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린 형국이다.
임대아파트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조 섞인 혐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한 LH공공임대 아파트 자치회장이 ‘거지면 거지답게 살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자치회장은 “나는 돈 없고 집도 없는 거지라 나라의 도움으로 이 곳에 왔다”며 “집 한 채 없어 이곳에 온 거지라면 거지답게 절약하고 아끼며 사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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