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용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함정 MRO에 이어 군용기 MRO 사업이 국내 방위산업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업 수주가 성사된다면 한미 관세 협상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올해 초 방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대한항공(003490)의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단은 우리나라의 항공 MRO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장비 수준, 시설 규모 등을 꼼꼼히 살피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지역거점운영유지체계(RSF)’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각 작전 지역 인근에 위치한 동맹국의 산업 역량을 통해 MRO 사업을 진행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군은 RSF가 실행될 경우 전투 중 손상된 장비의 신속한 복구가 가능하고 장비 가동률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군용기와 함정의 정비·보수를 위해 미 본토로 보내던 기존 방식은 제조업 약화로 인해 기술력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미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RO 정비 거점(허브)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외에도 일본과 호주·필리핀 등의 시설을 시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일단 어느 국가에 집중적으로 MRO를 맡길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업체들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 공군 MRO 사업을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방산 강국인 미국 사업을 따낼 경우 다른 동맹국의 MRO 사업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군용기 MRO 시장은 약 424억 9000만 달러(약 57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2.81%를 기록하며 약 488억 1000만 달러(약 65조 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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