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기업별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고율 관세 정책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애플·아마존 등 제조·소매 기업들은 관세 부담으로 인해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에 힘입어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월가의 주요 IB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메타의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씨티그룹은 메타를 ‘최선호주(톱픽)’로 선정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655달러에서 690달러로 올렸다. 씨티는 1분기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AI가 이용자 참여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메타의 AI 도입에 따른 실적 성장을 높게 평가하며 목표가를 각각 685달러에서 690달러로, 615달러에서 6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밖에 키뱅크(645달러→655달러), 파이퍼 샌들러(610달러→650달러), 웨드부시(680달러→750달러) 등도 목표가를 일제히 올렸다. 메타의 광고 플랫폼 수요가 견조하고, AI 기반 알고리즘 개선이 광고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된 평가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AI 관련 사업 성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골드만삭스는 “애저 부문 매출이 고정 환율 기준 35% 성장하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특히 AI 서비스가 비AI 워크로드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객들이 AI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애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AI뿐만이 아니라, ERP·CRM·데이터베이스 같은 비AI 서비스까지 함께 도입해 AI가 비AI 서비스 수요까지 견인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목표가를 450달러에서 48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DA 데이비슨 역시 “기업용 AI 도우미인 코파일럿(Copilot) 도입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으며,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Fabric) 사용도 전년 대비 80% 늘어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생산성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업용 소프트웨어 세 부문에서 모두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를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강하게 개선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는 반도체칩 수요 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바론스는 “특히 아마존의 1분기 자본지출이 전년 대비 100억 달러 이상 증가했고, 2025년 전체 자본지출 1000억 달러의 대부분이 AI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수요 확대 전망을 뒷받침했다. 엔비디아는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반면 애플과 아마존은 관세 리스크로 인해 투자 전망에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애플이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이전함으로써 관세 영향을 부분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은 가이던스(실적 전망)가 투자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애플의 매출총이익률 하락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240달러에서 235달러로 내렸다.
아마존 역시 AI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온라인 리테일 및 유통 부문에서 관세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의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 규모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 반면, 씨티는 “아마존은 관세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으며, 향후 12개월 실적 창출 능력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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