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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머니’ 쓸어 담는다… 中 ‘녹색 패권’ 야망[페트로-일렉트로]

중국 랴오닝성 북부 다롄 지역의 해안에 설치돼 있는 해상풍력기. 신화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때리고 어르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나라가 있죠. 바로 중국입니다. 트럼프 집권 1기를 겪으면서 쌓은 내공 때문인지 즉각적인 맞불 관세를 때리는가 하면 미국의 약점을 골라 타격해가며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한 철저한 대비 태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준비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또 다른 사례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인데요.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가 확대되는 틈을 타 최초로 해외에서 녹색채권 발행에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고장’ 유럽에서도 反 ESG 확산


중국 상황을 보기 전에 먼저 세계 ESG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ESG 펀드에서는 무려 86억 달러(약 12조 3700억 원) 규모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습니다. 그만큼의 자금이 ESG 펀드에서 발을 뺐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ESG 펀드에 181억 달러가 순유입 됐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낙차가 큰 반전인데요.

눈에 띄는 것은 ESG 금융의 본고장인 유럽의 ‘변심’입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유럽 ESG 펀드에 204억 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올 1분기에는 12억 달러 순유출로 바뀌면서 2018년 이후 7년 만에 순유출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미국 없는 안보’를 대비하기 위해 방산 분야가 환경보다 더 유망한 투자처로 떠오르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 초 ESG 회의론을 강하게 펴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것이 세계적인 ‘탈(脫) ESG’를 이끈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미국에서는 ESG 반대 움직임이 퍼지고 있었죠.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 시티그룹 등 미국 투자은행(IB)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줄줄이 탈퇴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그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입니다.

글로벌 ESG 펀드 자금 유입·유출 현황. 출처: 모닝스타




중국은 최초로 해외 녹색채권 발행 나서


중국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채권 시장에서 두드러집니다. 중국은 이달 초 영국에서 처음으로 총 60억 위안(약 1조 1800억 원) 규모의 녹색국채(3년∙5년 만기물)를 발행했는데요.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총 입찰액은 415억 8000만 위안으로 발행액의 7배에 달할 만큼 인기가 수요가 몰렸고, 이로 인해 2%대로 설정했던 국채 수익률이 1% 후반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은 이미 2022년 녹색채권 최대 발행국으로 떠올랐죠.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외 조달에도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의 약진은 ESG 후퇴로 인해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미국과 크게 대조됩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미국 기업과 금융사들이 발행한 녹색채권 총액은 4억 달러로 1년 전 87억 달러와 비교해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요. 중국은 공급과잉 우려마저 나올 정도로 자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과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탄탄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요.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은 에너지 전환에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나라이죠. 지난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에너지 전환 분야에 투자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2배 수준입니다. 지난해 중국 국방 예산이 GDP의 1.3%였음을 감안하면 중국이 얼마나 ‘녹색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11일 양자 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을 겨냥해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괴롭힘’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또 하나는 그만큼 세계 녹색 전환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국제 기후 협력 분야에서 리더십의 위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와중에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 30) 개최를 앞두고 이달 23일 열린 당사국 간 화상 정상회의에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의 적극적인 그후변화 대응 행동은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에 재입성 하자마자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이번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시 주석이 미국이 빠진 자리에서,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 대응 문제를 이끌어 가려는 시도를 이어간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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